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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콜리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견종이라는 말,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 말을 듣고 '그럼 훈련도 쉽겠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더콜리를 가까이서 접하고 여러 경험자의 이야기를 찾아본 뒤,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지능이 높다는 것과 키우기 쉽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보더콜리의 지능, 정말 특별한 걸까요
동물 행동학(animal cognition) 분야에서 견종별 인지 능력을 연구한 결과들을 보면, 보더콜리는 일관되게 최상위권에 자리합니다. 여기서 동물 행동학이란 동물이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지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으로, 단순한 복종 훈련 이상의 맥락에서 견종의 지능을 평가할 때 자주 인용됩니다. 스탠리 코렌(Stanley Coren)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보더콜리는 약 7살 아이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으며, 150개 이상의 단어를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Psychology Today, Canine Corner).
제가 직접 보더콜리를 만났을 때의 일인데, 공을 던질 준비 동작만 해도 이미 몸을 낮추고 집중 자세를 잡더군요. 보호자의 손목 각도까지 읽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솔직히 그 모습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히 명령어를 외우는 수준이 아니라, 상황 자체를 읽고 있다는 느낌이었거든요.
또 인상적이었던 건 보호자의 표정 변화에도 반응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보호자가 잠깐 딴 데를 보거나 표정이 느슨해지면 그 순간을 포착해 행동 패턴이 달라졌습니다. 이런 사회적 인지 능력(social cognition), 쉽게 말해 상대방의 감정과 의도를 읽는 능력은 보더콜리가 다른 견종과 구분되는 지점 중 하나입니다.
- 150개 이상의 단어를 이해하는 뛰어난 어휘 학습 능력
- 보호자의 시선, 제스처, 표정을 종합적으로 읽는 사회적 인지 능력
- 새로운 동작을 반복 없이 빠르게 습득하는 관찰 학습 능력
- 어질리티(agility) 경기, 즉 장애물 코스 경주의 기원이 된 운동 능력과 판단력
그런데 왜 훈련 난이도는 12점 만점일까요
보더콜리를 오래 키운 브리더들 사이에서 이 견종의 사육 난이도를 10점 만점에 12점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과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능이 높은 견종이 훈련하기도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정반대의 측면에 더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인지 욕구(cognitive need)가 높다는 것, 즉 뇌가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과 과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충분히 채워지지 않으면 그 에너지가 가구 파손, 반복적인 짖음, 강박적인 행동 등으로 표출됩니다. 여기서 인지 욕구란 동물이 정신적으로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로 하는 학습·탐색·문제 해결 활동의 총량을 말합니다.
보호소에 보더콜리가 유독 많다는 사실도 이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똑똑하다는 이유로 입양을 결심했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활동 요구량에 결국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국내 동물 보호 단체들의 자료를 보면 유기견 중 특정 인기 견종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보더콜리도 그 목록에서 자주 거론됩니다(출처: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 거주자보다 아파트 거주자가 보더콜리를 더 잘 키운다는 경험자들의 말입니다. 처음엔 의아했는데,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됩니다. 마당이 있으면 '알아서 뛰어다니겠지'라고 방치하기 쉬운 반면, 아파트 거주자는 하루에도 여러 번 직접 산책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체계적인 운동과 사회화 훈련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환경보다 보호자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입양 전 고려사항, 솔직하게 따져봅시다
보더콜리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면, 먼저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시길 권합니다. 하루 세 번 산책을 꾸준히 나갈 수 있는지, 주말에도 충분한 야외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지, 날씨가 나쁜 날에도 예외 없이 운동을 챙길 수 있는지가 그 출발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영리한 견종은 훈련이 쉽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보더콜리는 훈련을 빨리 배우는 동시에, 보호자의 일관성 없는 행동도 똑같이 빨리 학습합니다. 한 번 허용된 것은 다음에도 허용된다고 판단하고, 보호자가 지쳐서 규칙을 느슨하게 적용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이 견종은 보호자를 훈련시키는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행동 교정(behavior modification) 측면에서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행동 교정이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 패턴을 체계적인 방법으로 바꾸어 나가는 훈련 접근법을 말합니다. 보더콜리는 한번 습관으로 굳어진 행동을 교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올바른 방향으로 사회화 훈련(socialization training)을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여기서 사회화 훈련이란 어린 시기에 다양한 환경, 소리, 사람, 다른 동물에 노출시켜 안정적인 정서를 형성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반대로, 이 모든 조건을 충분히 충족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보더콜리만큼 보람 있는 반려견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속도가 빠르고, 보호자와의 교감 깊이가 남다르기 때문입니다. 지능보다 반려견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 그것이 결국 보더콜리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더콜리가 정말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개인가요?
A. 스탠리 코렌 박사의 연구를 비롯한 여러 동물 행동학 연구에서 보더콜리는 견종별 지능 평가에서 꾸준히 1위를 차지합니다. 다만 지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복종 훈련 성적과 문제 해결 능력을 혼동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장 똑똑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기보다는 '특정 유형의 인지 능력에서 두드러진다'고 보는 시각이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Q. 보더콜리 초보자도 키울 수 있나요?
A.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경험자들 사이에서는 사육 난이도가 매우 높은 견종으로 평가됩니다. 반려견을 처음 키우는 분이라면, 보더콜리의 높은 인지 욕구와 운동 요구량을 충족할 수 있는지를 입양 전에 냉정하게 따져보시길 권합니다. 전문 훈련사의 도움을 처음부터 함께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 아파트에서 보더콜리 키워도 괜찮을까요?
A. 공간의 크기보다 보호자의 운동 관리 능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실제로 마당이 있는 주택보다 아파트 거주자가 더 규칙적으로 산책을 챙기는 경향이 있다는 경험자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루 충분한 운동과 정신적 자극을 꾸준히 제공할 수 있다면, 아파트라는 환경 자체가 결정적인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Q. 보더콜리가 보호소에 많은 이유가 뭔가요?
A. '똑똑하면 키우기 쉽겠지'라는 오해로 입양을 결정했다가, 높은 활동량과 지속적인 훈련 요구를 감당하지 못해 파양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능이 높다는 점이 입양 동기가 되는 경우일수록, 실제 생활에서 요구되는 노력과 시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
보더콜리는 분명 놀라운 견종입니다. 제가 직접 접하면서 느낀 그 집중력과 눈빛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똑똑함은 동시에 '이 개는 충분한 자극과 책임감 있는 보호자를 필요로 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지능이 높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그것이 곧 순종이나 편의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보더콜리와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히려 자기기만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경험자의 말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입양을 고려 중이시라면, 견종의 매력보다 자신의 생활 패턴과 환경을 먼저 솔직하게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