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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관리비 고지서를 받을 때마다 이번 달은 좀 줄었나 싶어서 열어보면 여전히 비슷한 금액이 나와 있습니다. 딱히 펑펑 쓴 것도 없는데 관리비가 왜 이렇게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한 달은 에어컨을 거의 안 켰는데도 전기세가 별로 줄지 않아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에어컨 외에도 전기를 갉아먹는 것들이 집 안에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관리비 고지서를 항목별로 뜯어보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습니다.

 

관리비는 전기세, 수도세, 난방비, 가스비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각각의 구조를 알고 나면 어디서 새는지 파악이 되고, 생활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보입니다. 한꺼번에 다 바꾸려 하면 작심삼일로 끝나기 쉽습니다. 항목별로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1. 전기세가 많이 나오는 이유

전기세 고지서를 보고 의아했던 적이 있습니다. 에어컨도 자제하고 조명도 신경 썼는데 금액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원인은 대기전력(待機電力)이었습니다. 대기전력이란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플러그가 꽂혀 있으면 소모되는 전력을 말합니다. TV, 셋톱박스, 전자레인지, 공유기 같은 제품들은 꺼진 상태에서도 계속 전력을 소모합니다. 집 안 콘센트에 꽂힌 플러그 수를 세어봤더니 생각보다 훨씬 많아서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여기에 누진세(累進稅) 구조가 더해집니다. 누진세란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단가가 높아지는 요금 체계를 말합니다. 전기 사용량이 일정 구간을 넘으면 요금이 단순히 비례해서 오르는 게 아니라 훨씬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여름에 에어컨을 많이 쓰는 달에 전기세가 폭등하는 이유가 누진세 구간을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사용량을 조금만 줄여도 누진 구간을 벗어나면 요금이 크게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한국전력공사 자료에 따르면 가정 내 대기전력은 전체 전력 소비의 평균 6-11%를 차지하며, 멀티탭 스위치를 끄는 것만으로도 연간 수만 원의 전기세를 절약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

 

2. 항목별 관리비 줄이는 방법

관리비 절약은 한 가지 방법으로 한꺼번에 해결되지 않습니다. 전기, 수도, 난방 각각 새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항목별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① 전기세 줄이기

가장 먼저 한 것은 멀티탭에 스위치를 달아 쓰지 않는 시간대에는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TV 주변과 컴퓨터 주변 멀티탭 스위치를 끄는 것만으로 한 달 전기세가 체감될 만큼 달라졌습니다. 냉장고 온도 설정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냉장고는 1-5도, 냉동칸은 영하 18도가 적정 온도인데 그보다 낮게 설정하면 전력 소모가 불필요하게 늘어납니다.

조명은 LED로 교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확실한 절약 방법입니다. 초기 비용이 들지만 기존 형광등 대비 소비 전력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수명도 훨씬 깁니다. 교체 후 첫 달부터 전기세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② 수도세 줄이기

수도세는 샤워 시간과 직결됩니다. 샤워 시간을 1분 줄이면 약 10리터의 물이 절약됩니다. 샤워 시간을 의식적으로 재보기 시작했는데, 별 생각 없이 샤워하면 20분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고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절수 샤워헤드를 설치하면 수압은 유지하면서 물 사용량을 30-5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설치 비용이 1만 원대로 저렴한데 효과는 생각보다 큽니다.

설거지할 때 물을 틀어놓은 채 하는 습관도 수도세를 높이는 주요 원인입니다. 그릇을 모아서 한 번에 씻고, 헹굴 때만 물을 트는 방식으로 바꾸면 물 사용량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③ 난방비 줄이기

난방비 절감의 핵심은 단열(斷熱)입니다. 단열이란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거나 외부 냉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을 말합니다. 아무리 보일러를 틀어도 창문이나 문틈으로 열이 빠져나가면 난방 효율이 크게 떨어집니다. 창문 틈새에 문풍지를 붙이거나 단열 필름을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난방비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겨울에 문풍지를 붙이고 나서 보일러를 켜는 빈도가 확실히 줄었습니다.

열교환(熱交換) 효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열교환이란 온도가 다른 두 물질 사이에서 열이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보일러 온도를 높게 설정해 빨리 데우는 것보다, 낮은 온도로 오래 유지하는 방식이 열교환 효율이 높고 가스 소모가 적습니다. 보일러를 껐다 켰다 반복하는 것보다 일정 온도로 유지하는 편이 오히려 난방비가 덜 나옵니다. 이 방식으로 바꾼 뒤 가스비가 체감될 만큼 줄었습니다.

 

3. 생활 습관으로 관리비 구조 바꾸기

방법을 알아도 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효과가 오래가지 않습니다. 관리비 절약에서 가장 꾸준히 효과를 본 것은 거창한 방법이 아니라 작은 습관들이었습니다.

 

세탁기는 가득 채워서 돌리는 것이 전기와 물을 동시에 절약하는 방법입니다. 조금씩 자주 돌리면 같은 양의 빨래를 처리하더라도 전기세와 수도세가 더 나옵니다. 건조기 대신 자연 건조를 선택하는 것도 전기세를 줄이는 확실한 방법입니다. 건조기는 전력 소모가 큰 가전 중 하나입니다.

 

순간온수기(瞬間溫水器)가 설치된 경우라면 사용 방식에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순간온수기란 물이 흐를 때만 가스를 태워 즉시 데우는 방식의 온수 기기입니다. 짧게 끊어서 사용하면 점화와 소화를 반복하면서 오히려 가스 소모가 늘어납니다. 온수를 사용할 때는 한 번에 이어서 쓰는 것이 가스비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환경부 생활환경 절약 자료에 따르면 가정 내 물 사용량의 약 40%가 욕실에서 발생하며, 절수 기기 설치와 샤워 시간 단축만으로 연간 수도세를 2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환경부)

 

관리비를 줄이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고지서를 항목별로 꼼꼼히 보는 것이었습니다. 전기, 수도, 가스 각각 얼마나 쓰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로는 어디서 줄여야 할지 방향이 잡히지 않습니다. 지난 3개월 치 고지서를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달에 어떤 항목이 유독 높게 나왔는지 패턴이 보입니다.

 

제가 직접 해보니 멀티탭 스위치 끄기, 문풍지 붙이기, 샤워 시간 줄이기만 해도 첫 달에 관리비가 체감될 만큼 줄었습니다. 이제는 관리비 내역서를 꼼꼼히 보면서 관리비가 줄어드는 모습을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