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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관심이 없는 나에게 지인이 채소도 냉동보관 한다는 말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냉장실에 있는 야채칸에만 넣어야 되는 걸로 알고 있었다. 미리 얼려놓으면 요리할 때 활용하기 좋을 것 같아서 나도 이제 해보려고 한다. 냉동보관 가능한 채소와 불가능한 채소 종류에 대해서 정리해 보겠다.
냉동보관 가능할까
채소를 그냥 냉동했다가 해동하면 흐물거리는 이유는 세포 구조 때문이다. 채소 세포 안에는 수분이 가득 차 있는데, 냉동 과정에서 이 수분이 얼면서 부피가 팽창하고 세포벽을 파괴한다. 해동하면 파괴된 세포에서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질감이 무너지는 것이다.
이걸 막는 방법이 바로 블랜칭(blanching)이다. 블랜칭이란 채소를 끓는 물에 짧게 데친 뒤 즉시 얼음물에 담가 식히는 전처리 과정을 말한다. 열을 가하면 세포벽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채소의 색과 영양소를 파괴하는 효소 활동도 억제된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블랜칭을 거친 채소는 그냥 냉동한 것보다 영양소 보존율이 최대 40% 이상 높다(출처: 농촌진흥청).
단, 블랜칭이 필요 없는 채소도 있다. 파, 양파, 고추처럼 향이 강하거나 수분 함량이 낮은 채소는 생으로 썰어서 바로 냉동해도 된다. 오히려 블랜칭을 하면 향이 날아가버린다.
냉동보관 가능한 채소
블랜칭이 필요한 채소
브로콜리·콜리플라워
송이 단위로 잘라서 끓는 물에 2-3분 데친 뒤 얼음물에 1-2분 담갔다가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냉동한다. 수분이 남으면 냉동실에서 서로 달라붙기 때문에 키친타월로 꼼꼼히 닦아주는 게 중요하다. 보관 기간은 최대 12개월이다.
시금치·근대·케일 등 잎채소
끓는 물에 1분 이내로 짧게 데친 뒤 얼음물에 바로 넣는다. 손으로 꼭 짜서 수분을 최대한 제거한 다음 한 번 사용할 분량씩 나눠 랩으로 감싸 냉동하면 요리할 때 꺼내기 편하다. 나물 무침이나 국에 넣을 때 해동 없이 바로 사용 가능하다.
당근
껍질을 벗기고 용도에 맞게 미리 썰어두는 게 핵심이다. 볶음용은 채썰기, 국용은 반달 썰기로 전처리해 두면 요리할 때 바로 쓸 수 있다. 끓는 물에 2-3분 데친 뒤 얼음물에 식혀서 냉동한다. 보관 기간은 최대 12개월이다.
완두콩·옥수수
완두콩은 껍질을 까서 2-3분 데치고, 옥수수는 알맹이만 잘라내거나 통째로 데쳐서 냉동한다. 시중에 파는 냉동 완두콩과 냉동 옥수수가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 거다. 직접 만들면 첨가물 없이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감자·고구마
생으로 냉동하면 해동 후 질감이 완전히 무너진다. 반드시 삶거나 쪄서 익힌 뒤 냉동해야 한다. 으깬 상태로 냉동하면 해동 후 바로 요리에 활용하기 좋다. 단, 감자는 냉동 후 식감 변화가 큰 편이라 수프나 찌개처럼 뭉개지는 요리에 사용하는 게 낫다.
호박(애호박·단호박)
애호박은 0.5cm 두께로 썰어 끓는 물에 1-2분 데친 뒤 냉동한다. 단호박은 씨를 제거하고 찐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냉동하면 된다. 직접 비교해 봤는데 생으로 냉동한 애호박은 해동 후 물이 엄청 나와서 볶음 요리가 망가지는 경험을 했다. 데치는 과정을 생략하면 안 된다.
블랜칭 없이 바로 냉동 가능한 채소
파(대파·쪽파)
깨끗이 씻어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뒤 송송 썰어서 지퍼백에 넣고 냉동하면 된다. 냉동 파는 볶음, 국, 찌개에 해동 없이 바로 넣을 수 있어서 요리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보관 기간은 3-6개월이다.
양파
껍질을 벗기고 용도에 맞게 썰어서 냉동한다. 양파는 냉동 후 오히려 세포가 파괴되면서 단맛이 강해지는 특성이 있다. 카레, 된장찌개, 볶음 요리에 쓸 때 해동 없이 바로 투입 가능하다. 실수한 부분이 있는데, 양파를 통째로 냉동했다가 꺼낼 때 너무 단단해서 칼질하기 어려웠다. 반드시 미리 썰어서 냉동해야 한다.
마늘·생강
마늘은 다진 마늘로 만들어 큐브 형태로 얼려두면 요리할 때 하나씩 꺼내 쓰기 편하다. 얼음 트레이에 다진 마늘을 채우고 얼린 뒤 지퍼백에 옮겨 담는 방식이다. 생강도 같은 방법으로 보관하거나, 강판에 갈아서 냉동해 두면 된다. 보관 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고추(청양고추·홍고추·오이고추)
꼭지를 제거하고 씻어서 물기를 완전히 말린 뒤 그대로 냉동하면 된다. 냉동 상태에서 손으로 비비면 씨까지 쉽게 분리되고, 칼로 썰어도 잘 썰린다. 여름에 고추가 많이 나올 때 한꺼번에 사서 냉동해두면 겨울까지 쓸 수 있다.
버섯류(표고·느타리·새송이)
버섯은 씻지 말고 마른행주로 먼지만 닦아서 냉동해야 한다. 물에 씻으면 수분을 흡수해서 냉동 후 질감이 나빠진다. 표고버섯은 기둥을 제거하고 편 썰기로, 느타리는 가닥가닥 찢어서 냉동하면 요리에 바로 쓰기 편하다.
냉동 보관할 때 꼭 지켜야 할 원칙
수분 제거가 전부다
냉동 실패의 90%는 수분 때문이다. 데친 채소든 생채소든 냉동하기 전에 물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채소끼리 달라붙는 것도, 해동 후 흐물거리는 것도 모두 수분이 원인이다. 키친타월로 닦고 30분 이상 자연 건조한 뒤 냉동하는 것이 기본이다.
1회 사용량씩 소분해서 얼린다
한 봉지에 몽땅 넣으면 필요한 만큼만 꺼내기 어렵고, 꺼낼 때마다 나머지가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품질이 떨어진다. 1회 사용량씩 나눠서 랩으로 싸거나 소분 지퍼백에 담아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냉동 전 한 번 펼쳐서 얼린다
지퍼백에 바로 넣어서 냉동하면 채소가 덩어리로 굳어버린다. 처음에는 쟁반이나 트레이에 채소를 한 층으로 펼쳐서 1-2시간 냉동한 뒤, 굳으면 지퍼백에 옮겨 담는 방식을 쓰면 필요한 만큼만 꺼내기 쉽다.
냉동 날짜와 내용물을 반드시 표시해라
냉동실에 한 달쯤 넣어두면 뭐가 뭔지 구분이 안 된다. 지퍼백에 유성 매직으로 내용물 이름과 냉동 날짜를 써두는 습관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냉동 채소 권장 보관 기간은 6-12개월이지만, 오래될수록 품질이 떨어지니 3개월 이내에 소진하는 게 이상적이다.
냉동하면 안 되는 채소
모든 채소가 냉동에 적합한 건 아니다. 수분 함량이 극히 높거나 세포 구조가 약한 채소는 냉동 후 품질이 너무 떨어져서 먹기 어렵다.
- 오이: 수분 함량이 95% 이상이라 냉동 후 완전히 흐물거린다. 냉동 불가.
- 양상추·상추·배추 잎: 생으로 먹는 쌈채소는 냉동하면 식감이 완전히 무너진다. 국이나 찌개용으로 쓸 거라면 데쳐서 냉동은 가능하다.
- 무: 냉동 후 해동하면 스펀지처럼 물렁물렁해진다. 국이나 조림처럼 익혀서 먹을 때는 괜찮지만 생으로 먹는 무채나 깍두기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 토마토: 냉동 후 해동하면 물이 많이 나오고 흐물거린다. 소스나 수프 재료로 익혀 쓸 거라면 냉동 보관이 오히려 편리하다.
냉장고에서 냉장실보다 냉동고가 더 크면 자취생들에게 더욱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냉동보관하는 반찬, 간편 식품, 간식도 많은데 이제는 채소도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