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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찌개를 끓이려고 냉장고를 열었다가 된장 표면이 까맣게 변해 있는 걸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유통기한은 멀쩡히 남아 있는데 색도 이상하고 냄새도 달라져 있어서 결국 그냥 버렸습니다. 비싼 재래식 된장이었는데 절반도 못 쓰고 버리고 나니 너무 속상했습니다. 그 뒤로 왜 이렇게 됐는지 따져보니 보관 방법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됐던 것이었습니다.

 

된장은 살아있는 발효 식품입니다. 냉장고에 넣어두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절반만 맞습니다. 용기, 위치, 사용할 때의 습관 이 세 가지가 맞물려야 된장 유통기한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보관 방법이 된장 상태를 오래 유지시키는지, 반대로 어떤 습관이 된장을 빨리 상하게 만드는지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1. 잘못된 보관 습관이 된장을 망치는 이유

된장이 예상보다 빨리 변질되는 경우 대부분 세 가지 원인 중 하나입니다.

첫 번째는 산화(酸化)입니다. 산화란 식품이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하면서 색과 맛이 변하는 현상입니다. 된장은 표면이 공기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수록 색이 어두워지고 풍미가 빠르게 떨어집니다. 찌개를 끓이고 나서 숟가락을 꽂아둔 채 뚜껑만 닫아뒀는데, 며칠 뒤 꺼냈을 때 표면이 전체적으로 까맣게 변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된장이 원래 그런 건가 싶었는데 산화가 원인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이차 오염(二次汚染)입니다. 이차 오염이란 외부에서 세균이나 이물질이 유입돼 식품이 변질되는 현상입니다. 물기가 있는 숟가락이나 국물이 묻은 도구를 된장에 그대로 넣으면 세균이 유입되어 발효 균형이 깨집니다. 된장찌개를 끓이다가 국물 묻은 숟가락을 그대로 된장 통에 넣는 것이 가장 흔한 이차 오염의 경로입니다.

 

세 번째는 온도 불안정입니다. 된장 속 미생물은 온도 변화에 민감합니다. 냉장고 문 쪽 선반은 여닫을 때마다 온도가 오르내리는데, 이 변화가 반복되면 미생물 활성이 불규칙해지면서 발효 균형이 무너집니다. 된장을 꺼내기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문 쪽에 계속 뒀는데, 그게 된장 상태를 빠르게 나쁘게 만들고 있었다는 걸 한참 뒤에서야 깨달았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자료에 따르면 된장 등 발효 식품은 개봉 후 공기 노출을 최소화하고 4도 이하의 냉장 환경에서 보관할 때 유해균 증식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2. 된장 냉장 보관 방법

된장 보관에서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것은 용기입니다. 마트에서 사 온 플라스틱 용기는 밀봉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리 용기로 옮기고 나서 된장 상태가 달라지는 걸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용기가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습니다.

 

① 유리 용기로 옮기고 표면 랩 씌우기

개봉한 된장은 밀폐력이 좋은 유리 용기에 옮겨 담습니다. 유리는 냄새 흡수가 없고 외부 오염 차단에 효과적입니다. 된장을 담은 뒤 표면을 평평하게 고르고 랩을 된장 표면에 직접 밀착시켜 덮습니다. 뚜껑만 닫는 것과 표면에 랩을 밀착하는 것은 산화 방지 효과에서 차이가 납니다. 이 방법을 시작하고 나서 표면 변색 속도가 크게 줄었습니다.

 

② 냉장고 안쪽 선반에 보관하기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냉장고 안쪽 선반이 된장 보관에 적합합니다. 문 쪽 선반은 온도 변화가 잦아 발효 식품에는 좋지 않습니다. 공간이 없으면 야채칸 안쪽에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③ 사용할 때 지켜야 할 것

된장을 쓸 때는 물기 없는 깨끗한 숟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사용 후에는 표면 랩을 다시 밀착해 덮고 뚜껑을 닫아두는 습관을 들이면 됩니다. 번거롭게 느껴지지만 막상 해보면 10초도 안 걸리는 일입니다.

 

3. 된장 장기 보관과 소분 냉동

개봉 후 된장 보관 기간은 올바르게 관리하면 냉장 상태에서 1년 안팎입니다. 대용량 된장을 구입했거나 당장 자주 쓸 일이 없다면 소분 냉동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된장을 한 번에 쓸 양만큼 나눠 소형 밀폐 용기나 지퍼백에 담아 냉동하면 1년 이상 보관이 가능합니다. 냉동된 된장은 해동 후에도 맛과 향 변화가 크지 않습니다. 된장을 소분 냉동하기 시작한 뒤로 된장 상태 때문에 고민한 적이 없어졌습니다. 필요할 때 하나씩 꺼내 쓰면 되니 관리 자체가 단순해졌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면 조직이 변하고 맛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한 번 해동한 된장은 다시 냉동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소분할 때 너무 많은 양을 한 덩어리로 묶으면 이 문제가 생기므로 처음부터 적은 양으로 나눠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 자료에 따르면 가정 내 발효 식품 변질 사례의 상당수가 개봉 후 부적절한 보관 방법에서 비롯되며, 특히 반복적인 온도 변화와 교차 오염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된장 관리에서 가장 후회했던 순간은 사온 날 귀찮다는 이유로 그냥 원래 용기째 문 쪽 선반에 꽂아뒀을 때입니다. 그 된장은 두 달도 안 돼서 표면이 까맣게 변했고 결국 버렸습니다. 반면 유리 용기로 옮기고 표면 랩을 밀착해 안쪽 선반에 보관한 된장은 8개월이 지나도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같은 된장인데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게 직접 비교해 보기 전까지는 실감이 안 됐습니다.

 

이제부터 구입하면 그날 유리 용기로 옮기고, 쓸 때마다 건조한 숟가락을 사용하고, 남은 양이 많으면 소분 냉동해려고 합니다. 그래서 절대 비싸고 맛있는 재래식 된장을 중간에 버리지 않고, 끝까지 맛있게 먹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