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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기를 쓰다가 뭔가 타는 냄새가 올라오면 일단 멈추게 됩니다. 불이 난 건 아닌가 싶어서 드라이기를 내려놓게 되는데, 냄새가 잠깐 났다가 사라지면 그냥 계속 쓰게 됩니다. 저도 한동안 그렇게 했습니다. 별일 없겠지 하면서 몇 주를 썼는데, 어느 날 흡입구를 우연히 들여다봤더니 먼지가 솜뭉치처럼 뭉쳐 있었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이게 매일 머리 위에서 돌아가고 있었다는 게 소름 돋았고, 그때부터 타는 냄새는 그냥 넘기지 않게 됐습니다.

 

드라이기 타는 냄새

드라이기 안에는 바람을 만드는 모터와 그 바람을 데우는 열선이 있습니다. 열선의 정식 이름은 니크롬선(Nichrome wire)인데, 니크롬선이란 니켈과 크롬을 합금해서 만든 저항선으로 전기가 흐르면 고온으로 달궈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 니크롬선이 뜨거워지면서 지나가는 공기가 따뜻해지는 것입니다.

 

타는 냄새가 나는 건 이 니크롬선에 먼지나 머리카락이 붙어서입니다. 드라이기를 켤 때마다 뒤쪽으로 공기를 빨아들이는데, 이때 먼지와 머리카락도 같이 딸려 들어옵니다. 흡입망에서 어느 정도 걸러지긴 하지만 아주 작은 먼지들은 통과해서 니크롬선에 쌓이다가, 300도가 넘는 열을 받으면 타기 시작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게 고장 신호인 줄 알고 새 드라이기를 살 생각까지 했는데, 청소 한 번으로 냄새가 바로 사라지는 걸 보고 너무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냥 두고 쓰면 안 됩니다. 먼지가 쌓인 채 과열이 반복되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MBC 스마트 리빙 보도에 따르면 드라이기 화재를 예방하려면 흡입구가 머리카락과 먼지로 막히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고, 사용 후에는 전원만 끄는 게 아니라 플러그까지 뽑아야 전기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다고 소방 전문가가 언급했습니다(출처: MBC 뉴스). 이걸 보고 나서 쓰고 나면 플러그를 뽑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전에는 그냥 전원 버튼만 누르고 꽂아두는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따지고 보면 그게 더 위험한 방식이었더라고요.

 

흡입망부터 확인하기

타는 냄새가 나면 드라이기 손잡이 반대쪽, 격자 모양으로 된 흡입망을 먼저 봐야 합니다. 저도 한동안 이 부분을 한 번도 안 청소하고 썼는데, 막상 떼어서 보니 먼지가 층층이 쌓여서 빛이 거의 안 들어올 정도였습니다. 그제야 요즘 들어 바람이 약하게 느껴졌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싶었고, 이런 상태가 될 때까지 왜 한 번도 안 봤나 싶기도 했습니다.

 

흡입망이 분리되는 제품이면 빼서 칫솔로 털어주면 됩니다. 분리가 안 되는 제품은 진공청소기 흡입구를 흡입망에 갖다 대고 빨아들이면 생각보다 많은 먼지가 나옵니다. 이때 물은 쓰면 안 됩니다. 드라이기 안에 습기가 들어가면 부품이 상하기 때문인데, 저도 물티슈로 닦으면 되겠지 싶어서 시도하려다가 찾아보고 멈췄습니다. 그냥 했으면 망가뜨릴 뻔했습니다.

 

흡입망을 청소했는데도 냄새가 계속 나면 먼지가 안쪽 니크롬선까지 들어간 겁니다. 드라이기를 분해해서 니크롬선에 붙은 먼지덩어리를 면봉이나 마른 솔로 조심스럽게 털어내고, 머리카락이 걸쳐 있으면 쪽가위로 잘라서 제거하면 됩니다. 저는 처음 분해할 때 다시 못 맞추면 어쩌나 싶어서 한참 망설였는데, 막상 열어보니 구조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조립하고 나서 냄새가 완전히 없어졌을 때는 그냥 버릴 뻔했는데 잘 됐다 싶었습니다.

 

니크롬선 노후화와 코드 

흡입망도 깨끗하고 내부도 청소했는데 냄새가 여전히 나거나, 켜자마자 쓴 냄새가 올라온다면 니크롬선 자체나 전원 코드를 봐야 합니다. 니크롬선은 켜고 끄기를 반복하면서 코팅이 조금씩 벗겨지고 손상되는데, 오래된 드라이기에서 청소를 해도 냄새가 안 없어진다면 부품이 다 된 겁니다. 저는 이걸 모르고 3년 넘게 쓴 드라이기를 열심히 청소해서 고쳐보려다가 결국 버렸습니다. 그 시간에 그냥 새로 살걸 싶었습니다.

 

코드도 한 번 봐두는 게 좋습니다. 드라이기 코드를 몸통에 감아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복해서 구부리면 안쪽 전선이 조금씩 끊어집니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안에서 단선이 시작된 채 전기가 흐르면 그 부위가 뜨거워지면서 탄 냄새가 납니다. 저도 한 번은 본체가 아니라 코드 연결 부위에서 냄새가 나서 손을 대봤더니 그 부분이 살짝 따뜻하더라고요. 순간 등골이 오싹했고 그날 바로 버렸습니다. 그 뒤로는 코드를 느슨하게 둥글게 두는데, 그렇게 보관하면 코드가 훨씬 오래갑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헤어드라이기 화재 사고 상당수가 제품 노후화와 흡입구 이물질 누적이 원인으로 파악됐으며, 사용 연한이 오래된 제품일수록 정기적인 내부 점검이 필요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냄새가 한 번 났다가 사라졌어도 안심하면 안 됩니다. 탈 게 없어진 거지 원인이 없어진 건 아니거든요. 흡입망 청소로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코드나 니크롬선이 문제면 새로 사는 게 낫습니다. 드라이기는 싼 가전이라 수리 맡기면 제품값이랑 비슷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고, 열을 쓰는 물건이라 찜찜하면 그냥 바꾸는 게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