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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변기가 막히면 정말 막막합니다. 업체에 전화하기도 애매한 시간이고, 그렇다고 화장실을 못 쓸 수도 없어서 인터넷을 뒤지면서 이것저것 시도했던 적이 있습니다. 두 시간 만에 해결하긴 했는데, 순서를 몰라서 헛수고한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원인부터 파악하고 접근했으면 30분이면 됐을 일이었습니다.

 

막힌 변기 뚫는 방법

뭐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일단 뚫어뻥부터 꺼냈는데, 막힌 원인을 모르고 시작하면 시간만 버립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한참 눌러봤는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서 당황했는데, 나중에 보니 막힌 원인이 뚫어뻥으로 해결되는 종류가 아니었습니다.

 

변기 내부는 배수관이 직선으로 연결된 게 아니라 트랩(trap)이라는 굴곡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트랩이란 U자형 또는 S자형으로 꺾인 배관 구간으로, 악취가 역류하거나 해충이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설계된 구조입니다. 생긴 모양이 딱 이물질이 걸리기 좋게 생겼다 보니, 여기에 오물이 쌓이거나 뭔가 걸리면 물이 내려가지 않게 됩니다.

 

막힌 게 일반 오물인지 단단한 이물질인지에 따라 접근 방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물이나 휴지가 원인이면 집에서 대부분 끝낼 수 있는데, 장난감이나 뚜껑 같은 단단한 물건이 빠진 경우라면 집에서 뭔가를 할수록 더 깊이 들어가서 나중에 업체 비용이 훨씬 더 나옵니다. 저도 이걸 몰랐을 때 크게 실수한 적이 있는데, 그 얘기는 뒤에 나옵니다.

 

오물이 원인일 때 도구 없이 먼저 써볼 수 있는 게 뜨거운 물과 주방세제입니다. 주방세제를 변기 안에 두세 번 펌핑해 넣고 40도에서 5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을 천천히 부어주면 됩니다. 세제가 오물을 불리고 미끄럽게 만들어 트랩을 통과하게 돕습니다. 20분쯤 기다렸다가 물을 내렸더니 뚫렸을 때는 솔직히 좀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진작 이걸 알았으면 두 시간을 안 써도 됐을 텐데 싶었거든요. 끓는 물은 안 됩니다. 변기 도자기가 급격한 온도 변화에 금이 가거나 깨질 수 있어서, 따뜻한 물로만 써야 합니다.

 

뚫어뻥 사용법

뜨거운 물과 세제로 안 될 때는 뚫어뻥 차례입니다. 고무 빨판으로 공기압을 만들어 막힌 이물질을 밀어내는 도구인데, 없다면 다이소에서 2천 원 안팎으로 살 수 있습니다. 한 번 막힘을 겪고 나서 그 뒤로는 화장실 구석에 항상 세워두고 있습니다. 있으면 심리적으로도 훨씬 안심이 됩니다.

 

뚫어뻥 쓸 때 가장 자주 하는 실수가 물 높이를 확인 안 하고 누르는 겁니다. 변기 안에 물이 너무 많으면 누를 때 물이 밖으로 튀어나옵니다. 저도 처음에 그냥 눌렀다가 바닥에 물이 잔뜩 튀어서 청소까지 따로 해야 했습니다. 작업 전에 물이 변기 테두리 아래 중간 정도까지만 차도록 컵으로 퍼내고 시작하는 게 먼저입니다.

 

빨판을 배수구 위에 정확히 올려놓고 천천히 눌러서 공기를 완전히 빼준 다음, 손잡이를 힘 있게 당겨주면 됩니다. 누르는 것보다 당기는 게 더 중요한데, 막힌 이물질을 밀어내는 게 아니라 흡착력으로 위치를 바꿔주는 원리라서 당기는 힘이 약하면 효과가 반감됩니다.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변기 안에서 뭔가 움직이는 느낌이 나는데, 그때 물을 내려보면 됩니다. 3번 이상 해도 변화가 없으면 더 강한 방법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뚫어뻥으로도 안 될 때는 사이펀(siphon) 현상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이펀 현상이란 굴곡 있는 관을 통해 유체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연속해서 흐르는 현상입니다. 변기에 물을 최대한 채운 상태에서 양동이 가득 물을 한 번에 빠르게 부으면 트랩 내부 수압이 순간적으로 높아지면서 막힌 것이 밀려 내려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경부 생활하수 관리 안내에 따르면 가정 내 배수관 막힘의 상당수는 이물질 누적이 원인이며, 수압을 이용한 물리적 제거가 1차 대응으로 권고됩니다(출처: 환경부).

 

이물질로 막혔을 때

장난감이나 뚜껑처럼 단단한 물건이 빠졌을 때 뚫어뻥을 쓰면 오히려 더 깊이 밀어 넣는 꼴이 됩니다. 저도 아이가 욕실에서 놀다가 장난감을 변기에 떨어뜨렸을 때 습관적으로 뚫어뻥을 꺼냈습니다. 몇 번 눌렀더니 더 깊이 들어가는 느낌이 났고, 결국 업체를 불러야 했습니다. 나중에 기사님이 처음부터 건드리지 않고 바로 연락했으면 비용이 훨씬 덜 나왔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진짜 허탈했습니다.

 

단단한 이물질은 관통기를 써야 합니다. 관통기란 철물점에서 1만 원 안팎에 살 수 있는 스프링 형태의 도구로, 변기 배수구 안으로 넣어서 이물질을 걸어 꺼내는 방식입니다. 밀어 넣는 게 아니라 낚아채듯 꺼내는 게 핵심입니다. 다만 배관 깊이 들어간 경우라면 관통기로도 잡히지 않을 수 있으니, 그때는 더 이상 혼자 건드리지 말고 업체를 부르는 편이 낫습니다.

 

물티슈로 막혔을 때도 뚫어뻥은 잘 듣지 않습니다. 물티슈는 화장지와 달리 폴리에스터 섬유로 만들어져 물에 녹지 않습니다. 트랩에 걸린 물티슈는 뚫어뻥으로 눌러봤자 구겨지기만 하고 빠지지 않습니다. 저도 몰랐을 때는 물티슈를 변기에 버리는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한 번 막히고 나서 그 뒤로는 절대 넣지 않게 됐습니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가정 하수관 막힘 원인의 상당 비율이 물티슈 등 비분해성 물질로 집계되었으며, 변기에 물티슈를 버리지 않는 것이 막힘 예방의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환경공단).

 

변기가 막혔을 때 당황해서 계속 물을 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막힌 상태에서 물을 내리면 바닥으로 넘칩니다. 막혔다 싶으면 물 내리는 것부터 멈추고, 오물인지 이물질인지 먼저 따져보는 게 낫습니다. 뚫어뻥을 꺼내기 전에 이 판단 하나만 먼저 해도, 괜히 상황을 더 키우는 일은 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