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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서기는 쓰고 나서 물로 한 번 헹구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기 쉬운 가전입니다. 바깥에서 보면 깨끗해 보이고 세척하기도 간단해 보이는데, 오래 방치해 두면 칼날 틈새에서 시큼한 냄새가 나거나 용기 안쪽이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스무디를 자주 만들다가 뜸해진 사이에 찬장에 넣어뒀던 믹서기를 한 달 만에 꺼냈는데, 칼날 조립 부위에 뭔가 까맣게 굳어 있는 걸 보고 물로만 헹구는 게 안 된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구조상 손이 닿기 어려운 곳에 오염이 집중되는 게 믹서기라서, 방법을 알고 쓰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 위생 상태가 꽤 달라집니다.

 

믹서기가 더러워지는 원인

믹서기 오염이 집중되는 곳은 두 군데입니다. 칼날이 장착된 하단부 틈새와 용기 벽면 안쪽인데, 둘 다 눈에 잘 안 보이는 곳이라 지나치기 쉽습니다.

 

칼날 하단부는 칼날이 용기에 조립된 구조라 틈새가 생길 수밖에 없고, 과일즙이나 채소 건더기가 그 틈새로 밀려 들어가 머뭅니다. 물로 헹궈도 틈새 안쪽까지 물이 제대로 닿지 않으니 찌꺼기가 남고, 수분과 유기물이 함께 있는 환경에서 세균이 빠르게 증가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위생 관리 자료에 따르면 식품 접촉 기구의 틈새와 조립 부위는 세균 오염의 주요 발생 지점으로, 분리 세척이 어려운 구조일수록 사용 직후 즉시 세척하는 것이 세균 증식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용기 벽면에는 지질막(脂質膜)이 쌓입니다. 지질막이란 기름이나 지방 성분이 용기 표면에 얇게 달라붙어 만들어지는 막으로, 처음에는 투명해서 잘 안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뿌옇게 흐려지고 다른 재료의 냄새를 흡수합니다. 마늘이나 생강을 갈고 나서 제대로 닦지 않고 다음 날 스무디를 만들면 이상한 냄새가 배어 나오는 게 이 지질막이 남아서 그렇습니다.

 

칼날과 용기 세척법

칼날 세척에서 가장 먼저 알아둬야 할 게 칼날을 직접 손으로 닦으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칼날이 생각보다 예리해서 스펀지나 솔로 안쪽을 닦다가 손을 베는 사고가 자주 납니다. 칼날 안쪽에 솔을 넣어 닦으려다 손가락을 스친 적이 있어서, 그 뒤로는 직접 손을 넣는 방식은 아예 안 쓰게 됐습니다.

 

칼날 세척에 가장 안전하고 손도 안 가는 방법이 자기 세척입니다. 자기 세척이란 믹서기 용기에 물과 세제를 넣고 작동시켜 회전하는 물이 내부를 씻어내도록 하는 방식인데, 미지근한 물을 용기 절반쯤 채우고 주방 세제 두세 방울 넣은 뒤 30초에서 1분 돌리면 칼날 틈새와 용기 구석구석까지 물이 닿습니다. 이 방법 한 번 써보고 나서는 솔로 닦던 걸 거의 안 하게 됐는데, 힘도 안 들고 칼날에 손댈 일도 없으니 훨씬 낫습니다.

 

자기 세척으로 1차 세척을 마친 뒤에는 칼날 조립 부위 바깥쪽을 작은 병 세척 솔이나 낡은 칫솔로 문질러줍니다. 세제 거품이 충분히 닿은 상태에서 솔질해야 틈새 안쪽 찌꺼기까지 빠져나오고, 솔질 후에는 흐르는 물에 충분히 헹궈줘야 합니다. 세제 성분이 칼날 틈새에 남으면 다음에 갈 때 재료에 섞일 수 있어서 헹굼은 넉넉하게 해야 합니다.

 

세척 후 건조가 청소 못지않게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씻고 나서 용기를 거꾸로 엎어두거나 칼날 부위가 위로 향한 채 세워두면 물기가 틈새에 고여서 세균이 다시 자랍니다. 세척 후에는 칼날 부위가 아래로 향하게 기울여두고 통풍이 되는 곳에서 완전히 말린 다음 보관해야 합니다.

 

냄새와 얼룩 제거법

마늘, 생강, 양파처럼 향이 강한 재료를 갈고 나면 아무리 씻어도 냄새가 남을 때가 있는데, 냄새 성분이 용기 표면 미세한 흠집 속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라 세제로만 씻어서는 완전히 없애기 어렵습니다.

 

냄새 잡는 데는 구연산 수용액이 잘 듣습니다. 구연산은 약산성 유기산으로 알칼리성 냄새 물질을 중화시키고 용기 표면에 붙은 단백질 잔류물과 지질막을 분해하는데, 물 200ml에 구연산 1큰술을 녹여 용기에 붓고 30분쯤 두었다가 자기 세척 방식으로 돌리면 냄새가 많이 빠집니다.

 

생선이나 마늘처럼 냄새가 특히 심하게 밴 경우에는 굵은 소금과 레몬즙을 함께 넣고 돌리면 더 잘 잡히는데, 굵은소금이 용기 벽면을 물리적으로 문질러주고 레몬즙의 구연산 성분이 냄새 분자를 함께 중화시켜 줍니다. 이 방법을 처음 써봤을 때 마늘 냄새가 한 번에 거의 사라지는 게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서 그 뒤로 마늘 갈고 나면 바로 이 방법을 씁니다.

 

용기 안쪽 뿌연 얼룩은 지질막이 굳은 것으로, 세제만으로는 잘 안 빠집니다. 이럴 때는 과탄산소다 수용액을 씁니다. 과탄산소다 수용액이란 과탄산소다를 40도에서 50도 온수에 녹인 액체로, 지방 성분을 포함한 유기 오염물을 분해하는 알칼리성 세정액입니다.

 

따뜻한 물을 용기에 채우고 과탄산소다를 반 스푼 녹여 20분에서 30분 두었다가 자기세척으로 돌린 뒤 헹구면 뿌연 막이 걷힙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오래된 얼룩이 든 경우라면 베이킹소다를 물과 개어 페이스트 상태로 만든 뒤 용기 안쪽에 바르고 잠시 두었다가 솔로 닦아내면 연마 작용으로 얼룩이 닦여 나옵니다.

 

한국소비자원 주방 기구 위생 실태 조사에 따르면 믹서기는 칼날 조립 부위의 구조적 특성상 세균 잔류율이 다른 주방 기구보다 높게 측정되는 품목 중 하나로, 사용 후 즉시 세척하지 않으면 2시간 이내에 세균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보고했습니다. (출처: 한국소비자원)

 

믹서기 관리는 쓰고 나서 바로 물과 세제 넣고 30초 돌리는 것만 습관이 되면 냄새나 얼룩 때문에 따로 신경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저도 이 방법으로 항상 새것같처럼 깨끗한 믹서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