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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 되면 빨래 걱정이 따라옵니다. 세탁은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안 마르고, 그러다 보면 퀴퀴한 냄새가 배어서 결국 다시 세탁기에 넣게 됩니다. 저도 한여름 장마 때수건 네댓 장을 널었다가 사흘째 되는 날 냄새를 맡고 다시 돌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수고가 반복되다 보니 건조 방법을 제대로 찾아보게 됐는데, 어떻게 너느냐에 따라 마르는 시간이 두세 배까지 벌어지더라고요.

건조기가 없어도 세탁기 설정 하나, 선풍기 방향 하나, 건조대 위치 하나만 달리해도 결과가 꽤 달라집니다.

 

빨래 빨리 건조하는 방법

빨래가 느리게 마르는 근본 원인은 수분이 옷에서 공기 중으로 잘 이동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이걸 방해하는 요인이 세 가지인데, 옷에 남은 과도한 수분, 막힌 공기 흐름, 높은 실내 습도입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결하면 건조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세 가지를 동시에 잡으면 훨씬 빨라집니다.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게 탈수입니다. 세탁 후 탈수가 약하면 옷에 물기가 많이 남아서 건조 시간이 길어지는데, 젖은 빨래를 말릴 때 약 2리터의 수분이 공기 중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에 탈수 단계를 강으로 설정해 수분을 최대한 제거한 후 건조하면 건조 시간도 줄고 세균 번식과 냄새 발생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이랜드 생활 정보) 저는 오랫동안 탈수를 표준으로만 돌렸는데, 강으로 바꿨더니 수건을 꺼낼 때 무게부터 달랐습니다. 물이 그만큼 덜 남아 있다는 거라서 건조 시간이 짧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탈수를 한 번 더 추가로 돌리는 방법도 있는데, 두 번까지는 괜찮고 세 번 이상은 옷감에 무리가 갑니다. 저는 두꺼운 청바지나 수건은 탈수가 끝나고 한 번 더 돌리는 걸 지금도 합니다.

 

두 번째가 증발속도(evaporation rate)입니다. 증발속도란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빠르기를 말하는데, 온도가 높을수록, 습도가 낮을수록, 바람이 강할수록 빨라집니다. 빨래가 마르는 것도 이 원리 그대로라서, 통풍이 안 되는 방에 그냥 널어두면 증발된 수분이 주변 공기에 쌓이면서 더 이상 증발이 안 되는 상태가 됩니다. 같은 빨래를 선풍기 없이 뒀을 때와 틀었을 때를 비교해 보면 차이가 손으로 만져봐도 느껴질 정도입니다.

 

세 번째가 상대습도(relative humidity)입니다. 상대습도란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최대 수분량 대비 현재 수분량의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빨래의 수분이 공기 중으로 이동하기 어렵습니다. 환경부 환경보건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사람이 쾌적하게 느끼는 실내 환경 조건은 온도 18도에서 22도, 습도 40도에서 60% 수준으로, 이 범위를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실내 공기질 관리의 기준입니다. (환경부 환경보건종합정보시스템) 장마철에 빨래가 유독 안 마르는 건 바깥 습도가 높아서 실내까지 덩달아 올라가기 때문이고, 습도가 80퍼센트를 넘는 날에는 선풍기를 틀어도 건조가 잘 안 됩니다. 그럴 때는 공기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습도 자체를 낮추는 쪽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선풍기 방향과 건조대 배치

선풍기는 그냥 빨래 앞에 틀어두는 것보다 방향이 중요합니다. 선풍기 바람을 문 쪽이나 창문 쪽으로 향하게 두면 빨래에서 나온 습한 공기가 방 안에서 맴도는 게 아니라 밖으로 밀려 나갑니다. 빨래가 바람을 직접 맞는 것보다 주변 공기를 순환시키는 쪽이 더 효과적인 구조입니다. 저는 처음에 선풍기를 빨래 정면으로 바로 틀었는데, 방문 쪽으로 비스듬히 돌렸더니 마르는 속도가 더 빨랐습니다. 그 뒤로는 방향 잡는 걸 빠뜨리지 않습니다.

 

건조대 배치도 건조 시간에 영향을 줍니다. 옷 사이 간격을 손가락 두 개 이상 벌려두는 게 기본인데, 다닥다닥 붙여 놓으면 가운데 쪽은 바람을 거의 못 받습니다. 저는 세탁물이 많은 날 건조대를 두 개 붙여 썼다가 가운데 옷들이 하루가 지나도 안 마른 걸 보고 나서 배치 문제라는 걸 알았습니다. 두꺼운 것은 바깥쪽에, 얇은 것은 안쪽에 거는 것도 공기 흐름을 고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탈수 후 마른 수건으로 한 번 더 물기를 닦아주면 건조 시간이 더 줄어드는데, 두꺼운 청바지나 두꺼운 면 티셔츠에만 써도 체감 차이가 납니다.

 

제습기 활용

비 오는 날이나 장마철에는 선풍기만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실내 습도 자체가 높아서 증발속도를 아무리 높여도 습도가 받쳐주지 않으면 건조가 더딥니다. 이럴 때 제습기(dehumidifier)가 필요한데, 제습기란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해 실내 습도를 낮추는 기기입니다. 빨래 건조 중에 틀어두면 증발된 수분이 공기에 다시 쌓이는 걸 막아줘서 건조 속도가 올라갑니다.

 

제습기는 건조대 아래쪽에 두는 게 낫습니다. 빨래에서 증발된 수분이 아래로 가라앉는 경향이 있어서 아래쪽에 두면 흡수 효율이 높아집니다. 창문은 닫고 밀폐 상태로 틀어야 외부 습기가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있는데, 저는 처음에 환기가 되어야 빨래가 마르겠지 싶어서 창문을 열고 틀었다가 별 효과를 못 봤습니다. 밀폐 후에 틀었더니 제습기 물통에 물이 훨씬 많이 모이고 빨래도 빨리 마르더라고요. 창문을 열고 쓰는 건 환기 목적이 아니라 제습기 효과를 반감시키는 겁니다.

 

실내에서 빨래를 건조하면 습기가 급격히 올라가 통풍이 부족한 공간에서 곰팡이 번식이 활발해지므로, 건조 중 환기와 제습기 활용을 병행해 습도를 관리하는 것이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건강의 모든 것) 건조가 끝나면 창문을 10분에서 15분 열어 환기해야 합니다. 제습기를 오래 틀면 실내가 지나치게 건조해져서 호흡기에 부담이 가고, 장시간 밀폐 상태가 이어지면 공기가 탁해지기 때문입니다.

 

장마철 수건 냄새가 건조 방법의 문제라는 걸 빨래를 두 번씩 하면서야 깨달았는데, 탈수 강도 하나 바꾸고 선풍기 방향 하나 틀어둔 것만으로도 그 수고가 줄었습니다. 제습기까지 쓰기 시작한 뒤로는 장마철에도 빨래 냄새 때문에 다시 돌리는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하나씩 바꿔가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 빨래가 그냥 되는 느낌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