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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커튼을 자주 갈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한 번만 세척해도 꽤 오래 쓸 수 있습니다. 밑에 검은 얼룩시 생길 때나 청소 주기를 정해놓고 샤워 커튼을 세척한다면 깨끗하게 유지 가능합니다.
방치하면 생각보다 빨리 번지는 물때와 곰팡이
욕실에서 곰팡이가 이렇게 빨리 자란다는 걸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솔직히 몰랐습니다. 커튼 아랫부분에 작은 얼룩이 생겼을 때만 해도 "좀 지저분하네" 정도였는데, 몇 주가 지나자 욕실에서 눅눅하고 불쾌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냄새의 원인이 커튼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커튼 접힌 부분 깊숙이까지 얼룩이 번진 상태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샤워커튼에 생기는 분홍빛 또는 주황빛 얼룩은 세라티아 마르세센스(Serratia marcescens)라는 세균에 의한 것이고, 검은 얼룩은 클라도 스포리움(Cladosporium) 같은 진균, 즉 곰팡이균에 의한 것입니다. 세라티아 마르세센스란 욕실처럼 습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번식하는 기회감염균으로, 면역력이 낮은 분들에게는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방치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욕실은 수증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환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곰팡이가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이 형성됩니다. 환경부 생활환경 안내 자료에 따르면, 실내 상대습도가 70% 이상 유지되는 공간에서는 곰팡이 포자의 발아와 성장이 급격히 빨라집니다(출처: 환경부). 욕실이 정확히 그런 공간입니다.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정말 효과가 있을까
화학 세제 없이도 청소가 된다는 의견도 있고, 천연 세제는 세정력이 약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후자 쪽이었습니다.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을 써봤자 묵은 때는 못 잡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써보니 좀 달랐습니다. 핵심은 짧게 닦는 것이 아니라 오래 불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오전 9시쯤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고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을 넣은 뒤, 커튼 아랫부분을 담가두었습니다. 오후 3시쯤 꺼내서 손으로 가볍게 비벼주자 얼룩이 제법 잘 빠졌습니다.
여기서 두 성분의 역할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베이킹소다는 약알칼리성 연마제로, 기름기와 유기물 오염을 분해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쉽게 말해 표면의 물때를 물리적·화학적으로 동시에 제거해주는 역할입니다. 구연산은 약산성 물질로, 수돗물에 포함된 미네랄 성분이 굳어서 생기는 석회질 침착물, 즉 무기질 물때를 녹이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두 가지를 함께 쓰면 유기물 오염과 무기질 오염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활화학제품 정보에 따르면,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은 모두 식품 원료로도 사용 가능한 성분으로, 인체에 대한 직접 자극이 적고 잔류 독성 우려가 낮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이런 천연 세제가 더 안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바른 세척 순서와 주의할 점
막상 해보면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해본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대야에 따뜻한 물을 넉넉히 받는다
- 베이킹소다 2큰술, 구연산 3큰술을 넣고 잘 녹인다
- 커튼봉에서 분리하지 않아도 되지만, 가능하면 분리해서 커튼 전체를 담그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 최소 4~6시간 이상 불린다
- 손으로 가볍게 비벼낸 뒤 깨끗한 물로 2~3회 헹군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을 동시에 물에 넣으면 일시적으로 탄산 반응, 즉 거품이 발생합니다. 탄산 반응이란 산성인 구연산과 알칼리성인 베이킹소다가 만나 이산화탄소 기체를 발생시키는 중화 반응을 뜻합니다. 이 반응이 일어나는 동안 세정 효과가 높아지지만, 반응이 끝난 후에는 효력이 약해지므로 거품이 일어나는 즉시 커튼을 담가두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미끌거리는 느낌이 남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베이킹소다 성분이 남은 것입니다. 이럴 때는 물로 충분히 헹궈주면 됩니다.
청소 이후 관리가 더 중요한 이유
세척을 마치고 나면 욕실 전체가 환해지는 느낌이 납니다. 제 경험상 이건 과장이 아닙니다. 커튼 하나만 깨끗해졌는데도 욕실 공기 자체가 달라진 것 같았습니다. 냄새도 없고, 그 텁텁하고 눅눅한 느낌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청소 후 관리를 소홀히 하면 몇 주 안에 다시 얼룩이 생깁니다. 일부에서는 주 1회 청소를 권하기도 하는데, 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보다는 샤워 후에 커튼을 반드시 펼쳐두어 겹친 부분에 수분이 남지 않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생물막(바이오필름, biofilm)이라는 개념이 여기서 중요합니다. 바이오필름이란 세균이나 곰팡이가 표면에 부착한 뒤 스스로 보호막을 형성한 집합체를 말합니다. 이 막이 형성된 이후에는 단순한 물리적 세척만으로는 제거가 어렵습니다. 즉, 얼룩이 작을 때 초기에 대응하는 것이 시간도, 노력도 훨씬 덜 듭니다.
샤워커튼 청소는 어렵지 않고 간단합니다. 다만 미루면 미룰수록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욕실 청소하는 날에 샤워커튼을 대야에 담가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쉽게 청소하기 위해서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은 다른 장소 청소할때도 쓰이는 성분이라 하나씩 구비해 두면 활용도가 높습니다. 얼룩이 눈에 띄기 시작할 때가 아니라, 그 이전에 습관처럼 해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