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끼는 옷을 세탁소에 맡겼다가 찾아왔을 때 색이 빠지거나 형태가 달라진 경험이 있습니다. 저도 새 옷이나 다름없던 실크 블라우스를 세탁소에 맡겼다가 찾아왔더니 광택이 사라지고 약간 뻣뻣해진 적이 있었는데, 세탁소가 잘못한 게 아니라 그 옷 자체가 드라이클리닝을 해서는 안 되는 소재였습니다.
세탁소에 맡기면 무조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소재에 따라 오히려 세탁소 처리가 옷을 망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옷을 맡기면 안 되는지, 맡기기 전에 뭘 확인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1. 드라이클리닝이 오히려 옷을 망치는 경우
드라이클리닝이란 물 대신 유기 용제를 사용해 옷감을 세탁하는 방식입니다. 주로 사용되는 용제가 퍼클로로에틸렌(PERC)인데, 퍼클로로에틸렌이란 기름때와 오염물을 잘 녹이는 화학 용제로, 물에 약한 소재의 변형 없이 세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용제가 특정 소재에는 오히려 해가 됩니다.
비즈나 스팽글, 자수 장식이 달린 옷이 대표적입니다. 장식을 고정하는 접착제가 유기 용제에 녹아버려 드라이클리닝 후 장식이 떨어지거나 번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저도 비즈 장식이 달린 블라우스를 세탁소에 맡겼다가 찾아왔더니 비즈 몇 개가 없어져 있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장식 달린 옷은 반드시 직접 손세탁하고 있습니다.
가죽과 스웨이드도 드라이클리닝을 피해야 합니다. 천연 가죽은 유기 용제에 노출되면 기름기가 빠지면서 뻣뻣해지거나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스웨이드는 특유의 보드라운 표면이 손상되어 결이 뭉개집니다. 가죽 소재는 전용 클리너와 컨디셔너로 집에서 관리하거나, 가죽 전문 세탁소에 따로 맡겨야 합니다.
비닐 코팅이나 PU 코팅이 된 옷도 마찬가지입니다. 코팅 소재는 드라이클리닝 과정에서 코팅 층이 벗겨지거나 갈라집니다. 아웃도어 재킷의 방수 코팅도 드라이클리닝을 반복하면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소재는 전용 세탁제로 손세탁하거나 세탁기 단독 코스를 쓰는 게 낫습니다.
2. 손상되기 쉬운 소재별 주의사항
울(양모) 소재는 세탁소에 맡겨도 되지만, 처리 방식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울은 수축에 취약합니다. 수축이란 열이나 마찰에 의해 섬유가 오그라들어 원래 크기보다 작아지는 현상입니다. 드라이클리닝 자체는 괜찮지만, 마무리 과정에서 고온 스팀 프레스를 쓰면 울 섬유가 수축되거나 광택이 사라집니다. 세탁소에 맡길 때 "스팀 프레스 약하게 해 주세요"라고 미리 말해두면 이런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실크는 드라이클리닝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반복할수록 손상이 쌓입니다. 퍼클로로에틸렌 계열 용제에 반복 노출되면 실크 특유의 광택이 점점 없어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세탁소에 여러 번 맡긴 실크 제품은 처음 살 때의 윤기가 많이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실크는 냉수에 중성 세제로 손세탁 후 그늘에 건조하는 방식이 광택을 오래 유지하는 데 훨씬 낫습니다.
탈색 위험이 있는 옷도 세탁소에 맡기기 전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탈색이란 염료가 빠져 옷 색이 변하거나 다른 옷에 물이 드는 현상입니다. 진한 색상의 리넨이나 면 소재는 처음 몇 번 세탁에서 색이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세탁소에서 다른 옷과 함께 처리되면 색이 번질 수 있습니다. 새 옷은 처음 두세 번은 단독으로 찬물 세탁하는 게 안전합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세탁 관련 소비자 피해 중 세탁 방법 부적합으로 인한 손상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소재 특성을 무시한 드라이클리닝 처리로 인한 피해 사례가 매년 접수된다고 합니다. (한국소비자원)
3. 세탁소 맡기기 전 소재 확인하는 방법
세탁소에 맡기기 전에 가장 먼저 할 일은 옷 안쪽 라벨 표기를 보는 겁니다. 라벨 표기란 제조사가 옷에 부착하는 소재 구성과 세탁 방법 안내로, 원 기호에 알파벳이 적혀 있으면 드라이클리닝이 가능하고, 원에 X 표시가 있으면 드라이클리닝 금지입니다. 라벨에 드라이클리닝 금지 표시가 있는 옷을 세탁소에 맡기면 손상이 생겨도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국가기술표준원 고시에 따르면 의류 제조업자는 소비자가 올바른 방법으로 세탁할 수 있도록 취급 주의 표시를 의무 부착해야 하며, 이 표시를 기준으로 세탁 방법을 판단하는 것이 분쟁 발생 시 기준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가기술표준원)
세탁소에 맡길 때는 오염 부위와 소재를 직접 설명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름 얼룩인지, 음식물인지, 화장품인지에 따라 사용하는 용제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설명 없이 그냥 맡겼다가 얼룩이 오히려 번져서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오염 부위를 직접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찾아온 옷은 바로 비닐 커버를 벗겨야 합니다. 드라이클리닝 후 옷에 남아 있는 용제 성분이 비닐 안에 갇히면 변색이나 냄새의 원인이 됩니다. 찾아온 즉시 비닐을 벗기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하루 이상 걸어두었다가 옷장에 넣는 습관을 들이면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고가의 옷이나 소재가 불분명한 옷은 세탁소 직원에게 소재를 확인해 달라고 먼저 물어보는 게 낫습니다. 경험이 많은 세탁소라면 라벨이 없는 옷도 소재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처리 방식을 상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세탁소가 무조건 안전하다는 생각보다 라벨 하나 확인하는 습관이 아끼는 옷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