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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한 집에 들어갔을 때 전 세입자가 흡연자였는지 벽과 천장에서 퀴퀴한 담배 냄새가 올라온 적이 있었습니다. 환기를 며칠 해도 냄새가 빠지지 않아서 방향제를 사봤는데 담배 냄새 위에 향이 얹혀서 더 이상한 냄새가 됐습니다. 담배 냄새는 다른 생활 냄새와 달리 환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담배 냄새는 공기 중에 떠 있는 게 아니라 벽, 천장, 커튼, 소파 같은 표면에 달라붙어 계속 방출됩니다. 왜 이렇게 지독하게 남는지부터 실제로 효과 있는 제거 방법과 재발 방지까지 정리했습니다.
1. 담배 냄새가 실내에 흡착되는 이유
담배 냄새가 일반 냄새보다 훨씬 제거하기 어려운 건 3차 흡연 문제 때문입니다. 3차 흡연이란 담배 연기가 사라진 후에도 벽면, 가구, 천장, 옷 등의 표면에 남아 있는 니코틴과 유해 물질이 지속적으로 방출되는 현상입니다. 담배를 다 피운 후에도 냄새가 계속 나는 것이 바로 이 3차 흡연입니다.
담배 연기 속에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란 상온에서 기체로 증발하는 유기물질로, 벽지와 천장 소재의 기공 안으로 파고들어 흡착됩니다. 흡착이란 물질이 다른 물체의 표면이나 내부에 달라붙는 현상으로, 한 번 흡착된 물질은 환기만으로는 빠지지 않습니다.
니코틴 잔류물도 문제입니다. 니코틴 잔류물이란 담배 연기가 표면에 닿으면서 남기는 끈적한 황갈색 물질로,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되어 더 고약한 냄새를 냅니다. 산화란 물질이 산소와 반응해 성질이 변하는 현상인데, 오래된 흡연 공간일수록 냄새가 더 심한 건 이 산화된 니코틴 잔류물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벽지가 누렇게 변색된 부분이 있다면 니코틴 잔류물이 굳은 것으로 보면 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3차 흡연으로 인한 실내 유해물질 오염은 금연 후에도 수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으며, 표면 청소 없이 환기만으로는 제거가 어렵다고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2. 담배 냄새 제거 방법
환기만으로는 안 되고 표면에 달라붙은 물질을 직접 닦아내야 합니다.
벽면과 천장은 식초 희석액으로 닦는 게 효과적입니다. 물과 식초를 2대 1 비율로 섞어 걸레에 적신 뒤 벽면을 닦으면 식초의 아세트산 성분이 니코틴 잔류물과 반응해 냄새를 중화합니다. 물만 닦을 때와 식초 희석액으로 닦을 때 냄새 차이가 확실히 납니다. 단, 식초 냄새가 강하니 창문을 열고 작업해야 하고, 도배 벽지는 과도하게 적시면 들뜰 수 있어서 걸레를 꽉 짜서 써야 합니다.
베이킹소다는 패브릭 소재에 씁니다. 소파, 커튼, 카펫처럼 세탁하기 어려운 패브릭에 베이킹소다를 뿌리고 1시간에서 2시간 방치한 뒤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면 됩니다. 베이킹소다의 알칼리 성분이 산성인 담배 냄새 분자를 흡수해 냄새를 줄여줍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소파에 밴 담배 냄새가 한 번 처리만으로도 꽤 줄었습니다.
세탁 가능한 커튼, 침구류, 쿠션 커버는 과탄산나트륨을 넣고 세탁하면 일반 세제보다 냄새 제거 효과가 강합니다. 과탄산나트륨이란 산소계 표백제의 일종으로, 물에 녹으면 과산화수소를 방출해 냄새 분자를 분해합니다. 40도에서 50도 온수에 한 스푼 풀어 세탁물을 30분 불린 뒤 일반 세탁 코스로 돌리면 됩니다.
숯과 커피 찌꺼기는 잔여 냄새를 줄이는 마무리 단계에 씁니다. 좁은 방이나 밀폐 공간에 숯을 여러 개 두거나 커피 찌꺼기를 접시에 담아 두면 공기 중 냄새 분자를 어느 정도 흡수합니다. 냄새를 완전히 없애는 방법은 아니고, 표면 청소를 마친 뒤 잔향을 줄이는 용도로 쓰는 게 맞습니다.
천장은 놓치기 쉬운 부위입니다. 담배 연기는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천장과 벽 상단부에 니코틴 잔류물이 특히 많이 쌓입니다. 처음에는 벽만 닦았다가 천장을 닦고 나서야 냄새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긴 막대기에 걸레를 걸어서 식초 희석액을 적셔서 천장도 한 번 닦아주는 게 좋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흡연 공간의 실내 공기질 개선을 위해서는 표면 세정과 환기를 함께 진행해야 하며, 공기청정기 단독으로는 표면에 흡착된 물질을 제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한국소비자원)
3. 재흡착 없이 냄새 예방하는 습관
한 번 제거했어도 원인이 그대로라면 냄새는 다시 생깁니다.
옷이 가장 큰 재오염원입니다. 흡연자의 옷에 밴 담배 냄새는 옷장 안 다른 옷에도 냄새를 퍼뜨립니다. 흡연 후 입었던 옷은 바로 세탁하거나, 최소한 옷장 밖에 따로 걸어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집 전체를 청소해도 담배 냄새 밴 옷이 옷장 안에 걸려 있으면 방 냄새가 다시 올라왔습니다.
환기는 담배를 피울 때와 피운 직후 30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시간 안에 창문을 열고 환풍기를 돌려 연기를 외부로 배출시키면 표면 흡착 자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다 피운 후 문을 닫으면 연기가 실내 표면에 더 많이 달라붙습니다.
공기청정기는 표면 냄새를 없애주지는 못하지만 공기 중 부유 물질 제거에는 도움이 됩니다. 흡연 공간에 쓸 때는 헤파필터와 활성탄 필터가 함께 있는 제품이 담배 냄새에 더 잘 맞습니다. 활성탄 필터란 탄소 기공 구조로 냄새 분자를 흡착하는 필터로, 헤파필터만으로는 기체 상태의 담배 냄새를 걸러내기 어렵습니다.
방향제로 담배 냄새를 덮으려는 건 냄새가 섞여 더 불쾌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면에 흡착된 물질을 닦아낸 뒤 가벼운 방향제를 쓰는 순서로 해야 효과가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