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쌀통 뚜껑을 열었다가 작은 벌레가 기어 다니는 걸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는데 자세히 보니 쌀 사이로 벌레가 여러 마리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쌀을 사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왜 생겼는지 당시에는 전혀 몰랐고, 결국 쌀을 전부 버렸는데 그게 너무 아까워서 이후로 쌀 보관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됐습니다.

 

쌀벌레는 여름철에 특히 자주 생기는데, 막상 어디서 왜 생기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기는 이유부터 바로 쓸 수 있는 예방법까지 정리해 봤습니다.

 

1. 바구미가 생기는 이유

쌀에서 가장 흔하게 나오는 벌레는 바구미입니다. 바구미란 쌀이나 곡물류에 기생하는 곤충으로, 크기가 2mm에서 3mm 정도라 처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날개가 있어서 외부에서 날아 들어오기도 하고, 구입한 쌀 자체에 이미 알이 들어 있다가 부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바구미 외에도 화랑곡나방 유충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화랑곡나방이란 곡물류에 알을 낳는 나방으로, 유충이 쌀알끼리 실로 엮어 덩어리를 만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쌀을 퍼내다가 쌀알이 뭉쳐 있는 걸 발견했다면 이 유충이 있다는 신호입니다.

 

벌레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온도와 습도입니다. 기온이 25°C 이상이고 습도가 높아지는 여름철이 되면 쌀 속에 잠들어 있던 알이 부화하면서 빠르게 번식합니다. 저도 싱크대 아래에 쌀통을 뒀다가 여름마다 바구미가 생겨서 골머리를 앓았는데, 보관 장소를 바꾸고 나서야 그 문제가 없어졌습니다.

 

이미 벌레가 생긴 쌀은 햇볕에 넓게 펼쳐두면 어느 정도 처리가 됩니다. 바구미는 주광성(走光性)이 있어서 빛을 향해 스스로 이동하는 성질이 있는데, 햇볕에 쌀을 펼쳐두면 벌레가 기어 나옵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생각보다 많은 바구미가 나와서 그 이후로는 그냥 버리는 편으로 바꿨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르면 바구미 자체는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해충은 아니지만, 벌레가 생긴 쌀은 위생적으로 좋지 않아 섭취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도정 후 쌀의 권장 소비 기간은 여름철 기준 1개월 이내이며, 이 기간을 넘기면 품질 저하와 함께 해충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농촌진흥청) 한 번에 많이 사두는 것보다 1인 또는 2인 가구 기준 3kg에서 5kg씩 자주 사는 편이 벌레 예방에도 낫습니다. 제 경험상 도정일 기준 한 달 이내 쌀과 두 달 넘은 쌀은 밥을 지었을 때 윤기부터 차이가 납니다.

 

2. 보관 용기를 바꾸면 달라집니다

쌀 포대 그대로 묶어두거나 뚜껑이 헐거운 쌀통에 보관하면 외부에서 바구미가 들어오거나 내부에 습기가 쌓이기 쉽습니다. 밀폐 용기로 옮겨 담는 것만으로도 벌레 발생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용기를 고를 때는 기밀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기밀성이란 용기 내부와 외부 사이에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정도를 말합니다. 기밀성이 높을수록 외부 습기와 산소 유입이 차단되어 쌀의 산화와 해충 유입을 동시에 막을 수 있습니다. 패킹 고무가 달린 제품인지 확인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일반 쌀통과 패킹 있는 밀폐 쌀통의 차이가 여름철에 확실히 납니다.

 

보관 장소도 같이 바꿔야 합니다. 싱크대 하부장이나 가스레인지 옆처럼 열이 오르는 곳은 피하고, 직사광선이 닿지 않으면서 온도 변화가 적은 서늘한 곳이 좋습니다. 통마늘이나 건고추를 쌀통에 함께 넣어두는 것도 보조 수단으로 쓸 수 있습니다. 마늘 속 알리신(allicin) 성분이 바구미의 접근을 막아줍니다. 알리신이란 마늘 특유의 매운 냄새를 내는 유황 화합물로, 바구미의 후각을 자극해 기피 반응을 일으킵니다. 껍질째 통마늘 서너 알을 넣어두고 2주에서 3주마다 교체해 주면 됩니다.

 

3. 냉장 보관으로 바구미를 원천 차단합니다

냉장 보관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냉장고 야채칸 온도는 2°C에서 5°C 수준인데, 바구미의 발육 영점온도(發育零點溫度)가 약 12°C에서 15°C이기 때문에 이 온도 이하에서는 번식 활동이 거의 멈춥니다. 발육 영점온도란 해충이 성장과 번식을 시작하는 최저 온도를 말하는데, 냉장 보관만으로 바구미 알의 부화 자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냉장고 공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해보니 쌀 맛도 더 오래 유지되고 벌레 걱정도 사라져서 지금은 계속 이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쌀을 천천히 소비하는 1인 또는 2인 가구일수록 냉장 보관이 맞습니다.

 

냉장 보관 시 용기는 입구가 넓은 밀폐 용기를 쓰는 게 편합니다. 냉장고에 넣을 때는 생선이나 냄새가 강한 식품과 가까운 곳은 피하는 게 좋은데, 쌀이 주변 냄새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냉장고에서 꺼낸 쌀은 바로 씻어서 밥을 짓거나 다시 뚜껑을 닫아 보관하면 됩니다. 결로가 생기지 않도록 꺼낸 뒤 오래 실온에 두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