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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틀어놓고 소파에 앉아 있는데 바닥에 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뭔 소리인가 싶어서 봤더니 에어컨 아래 물웅덩이가 생겨 있더라고요. 고장인가 싶어서 껐다 켰다 반복하다가 결국 업체를 불렀는데, 배수호스에 먼지가 쌓인 게 전부였습니다. 출장비가 꽤 나왔는데 그 돈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때부터 에어컨에서 물이 떨어지면 업체부터 부르지 말고 원인을 먼저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에어컨 물 떨어질 때

에어컨에서 물이 생기는 건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에어컨이 공기를 냉각시키는 과정에서 공기 중 수분이 차가운 냉각핀에 닿아 맺히는데, 이것을 결로(condensation)라고 합니다. 결로란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차가운 표면에 닿을 때 수분이 액체로 변해 맺히는 현상으로, 차가운 음료컵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 수분이 드레인팬이라는 물받이에 모였다가 배수호스를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가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이 경로 어딘가가 막히거나 틀어지면 물이 밖으로 못 나가고 실내로 흘러내립니다.

 

물이 떨어지는 위치를 먼저 보면 원인을 좁힐 수 있습니다. 에어컨 본체 아랫부분에서 떨어지면 배수 문제일 가능성이 높고, 벽이나 배관 연결 부위에서 흘러내리면 단열 문제나 냉매 문제를 봐야 합니다. 저는 이걸 몰랐을 때 위치 확인도 없이 바로 업체를 불렀는데, 기사님이 배수호스 끝부분 하나 확인하고 간단히 해결한 걸 보면서 내가 먼저 봤어도 됐겠다 싶었습니다.

 

장마철이나 습도가 높은 날에는 일시적으로 물이 맺히기도 합니다. 실내 습도가 높으면 응축수 양이 평소보다 훨씬 많아지면서 드레인팬이 감당을 못 하고 넘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장마철에 갑자기 물이 떨어지면 제습 모드로 잠깐 바꿔서 운전해 보는데, 이것만으로 가라앉을 때도 있어서 수리 부르기 전에 한 번 써보는 편입니다.

 

배수호스가 막힘

에어컨 물 떨어짐에서 가장 흔한 원인이 배수호스 막힘입니다. 배수호스는 드레인팬에 모인 응축수를 실외로 내보내는 관인데, 먼지와 곰팡이, 벌레 등이 쌓이면 막혀서 물이 역류합니다. 필터를 오래 안 청소하면 먼지가 에어컨 내부로 들어오고 그게 배수호스까지 내려와 쌓입니다. 제가 그 꼴을 당했고, 그 뒤로는 두 달에 한 번씩 필터를 꼭 빼서 씻게 됐습니다. 귀찮아서 미룬 게 결국 출장비로 돌아온다는 걸 그때 몸으로 배웠습니다.

 

배수호스가 막혔는지는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외기 쪽에 배수호스 끝이 나와 있는데, 에어컨을 켜고 나서 거기서 물이 전혀 안 나오면 막힌 겁니다. 처음 이걸 확인하러 나갔을 때 진짜 아무것도 안 나오더라고요. 반대로 물이 잘 나오는데도 실내에서 물이 떨어진다면 배수 말고 다른 원인을 봐야 합니다.

 

집에서 해볼 수 있는 방법은 진공청소기를 배수호스 끝에 역방향으로 갖다 대고 2분 정도 빨아들이는 것입니다. 안쪽에 쌓인 이물질이 딸려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막힘이 심하지 않으면 이것만으로도 해결됩니다. 저도 이 방법을 써봤는데 청소기를 떼고 나서 에어컨을 다시 켰더니 배수호스에서 물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청소기로 에어컨 물을 뺀다는 게 좀 황당하게 느껴졌는데, 막상 해보니 정말 됩니다.

 

호스 자체가 꺾이거나 처진 경우도 물이 역류합니다. 삼성전자 서비스 안내에 따르면 배수호스 일부 구간이 위로 올라가 있으면 응축수가 배출되지 않고 실내기 내부로 역류할 수 있으며, 호스가 아래 방향으로 유지되도록 정리하면 역류를 막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삼성전자 서비스). 에어컨 뒤쪽 배관이 지나가는 경로를 쭉 따라가 보면서 어딘가에 꺾인 부분이 없는지 눈으로 한 번 봐두면 좋습니다.

 

냉매 부족

배수호스도 멀쩡하고 필터도 깨끗한데 물이 계속 떨어지고 바람도 예전보다 덜 시원하다면, 냉매 쪽을 봐야 합니다. 냉매(refrigerant)란 에어컨이 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과정에서 순환하는 기체 물질로, 냉매가 부족해지면 냉각 효율이 떨어집니다. 냉매량이 줄면 냉각핀 온도가 지나치게 내려가면서 결로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생기고, 드레인팬이 감당 못 할 만큼 응축수가 쏟아지면서 넘칩니다.

 

솔직히 이건 처음에 전혀 몰랐습니다. 에어컨에서 물이 떨어지는 게 냉매 문제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거든요. 배수호스도 멀쩡하고 필터도 깨끗한데 물이 계속 떨어져서 기사를 불렀더니 냉매 충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충전하고 나서 바람도 훨씬 시원해지고 물도 더 이상 안 떨어졌을 때, 이게 다 연결된 문제였구나 싶었습니다. 냉매는 원래 새지 않는 게 정상인데, 오래 쓴 에어컨이나 배관 연결 부위에 틈이 생기면 서서히 줄어든다고 합니다. 4년 넘게 쓴 에어컨이라면 한 번쯤 냉매 상태를 확인해 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습니다.

 

냉매 충전은 자격증 있는 기사만 할 수 있어서 냉매 쪽이 의심되면 제조사 서비스 센터에 연락해야 합니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냉매가 10퍼센트 부족할 때 냉방 효율이 최대 20퍼센트까지 떨어질 수 있어 전기료 측면에서도 냉매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에너지공단). 전기료가 왜 이렇게 많이 나오나 했는데 냉매 충전 후 요금이 줄었다는 분들 얘기를 들으면서 이게 전기료 문제로도 이어지는구나 싶었습니다.

 

에어컨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일단 바람부터 확인해보세요. 시원하면서 물만 떨어지면 배수 쪽 문제이고, 바람도 같이 약해졌다면 냉매 쪽입니다. 배수호스와 필터는 직접 볼 수 있는 부분이니 업체 부르기 전에 먼저 확인해 보는 게 좋습니다. 저는 이 순서를 알고 나서부터 에어컨에 문제가 생겨도 예전처럼 바로 당황하지 않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