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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에어컨을 켜놨는데 방이 안 식을 때만큼 답답한 순간이 없습니다. 설정 온도를 최대로 내려도 그대 로고, 전기요금만 나가는 느낌이 드는 거죠. 저도 몇 년 전 한여름에 그 상황을 겪었는데, 업체를 불러봤더니 기사님이 필터를 꺼내 보여주면서 이게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먼지가 필터를 거의 다 막고 있었는데 저는 그게 필터인지도 몰랐습니다. 출장비가 꽤 나왔고, 미리 한 번만 봤으면 됐을 텐데 싶었습니다.

 

에어컨 안 시원한 이유

제일 먼저 볼 게 필터입니다. 에어컨은 실내 공기를 빨아들여 냉각핀을 통과시키면서 온도를 낮추는 구조인데, 필터가 먼지로 막히면 공기 자체가 냉각핀까지 닿질 못합니다. 그러니 차가운 바람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필터 청소만 해도 냉방 효율이 5퍼센트에서 15퍼센트까지 올라간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에너지공단).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그게 그렇게 차이가 나냐 싶었는데, 씻고 나서 바람이 달라지는 걸 느끼고 나서는 그냥 납득했습니다.

 

필터는 커버를 열면 바로 꺼낼 수 있고, 흐르는 물에 씻어서 완전히 말린 뒤 끼우면 됩니다. 젖은 채로 넣으면 곰팡이가 생기기 때문에 그늘에서 충분히 말려야 합니다. 저는 2년 넘게 한 번도 안 씻다가 꺼냈을 때 회색 솜뭉치처럼 뭉쳐 있는 걸 보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 뒤로는 두 달에 한 번씩 꺼내서 씻게 됐는데, 냄새가 없어지고 바람도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모드도 한 번 봐야 합니다. 오래 안 쓰다가 켰을 때 제습이나 송풍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습 모드는 습도를 낮추는 게 목적이라 바람이 약하게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냉방이 안 된다고 느낀다면 모드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저도 분명 에어컨을 켰는데 왜 이렇게 약하지 싶어서 봤더니 제습으로 되어 있었고, 냉방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됐습니다.

 

실외기를 봐야 할 때

필터를 청소했는데도 안 시원하다면 실외기 쪽을 봐야 합니다. 실외기는 실내에서 빼앗은 열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장치인데, 주변에 물건이 쌓여 있거나 벽에 너무 바짝 붙어 있으면 더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다시 흡입됩니다. 저도 베란다에 짐을 쌓아두고 실외기 앞을 막아뒀다가, 치우고 나서 냉방 효과가 달라진 걸 느꼈습니다. 그냥 짐 좀 치웠을 뿐인데 이게 이렇게 차이가 나나 싶었습니다.

 

직사광선도 실외기를 약하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한여름에 실외기가 햇빛을 계속 받으면 열 배출 자체가 어려워지는데, 차양을 달거나 그늘막을 쳐주면 냉방이 나아집니다. 단, 실외기 위를 완전히 덮으면 안 됩니다. 위로도 열이 빠져나가야 하는데 막아버리면 오히려 과열됩니다. 저는 이걸 몰라서 천으로 위까지 덮었다가 에어컨이 더 이상해진 경험이 있습니다. 옆면과 앞면만 막는 방식이 맞았습니다.

 

에어컨을 켰을 때 실외기 팬이 돌아가는지도 봐두면 좋습니다. 밖에서 소리를 들어보거나 눈으로 확인해서 팬이 안 돌아간다면 서비스 센터에 연락해야 합니다. 저도 팬이 안 돌아가는 걸 뒤늦게 발견한 적이 있는데, 그 상태로 며칠 틀었던 게 왜 그렇게 방이 안 식었는지 그때서야 이해됐습니다.

 

냉매가 빠진 경우

필터도 깨끗하고 실외기도 잘 돌아가는데 바람이 예전 같지 않다면 냉매를 봐야 합니다. 냉매(refrigerant)란 에어컨이 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과정에서 순환하는 기체 물질인데, 냉매량이 줄면 냉각이 제대로 안 됩니다. 필터를 아무리 깨끗이 해도 냉매가 부족하면 바람 자체가 미지근합니다.

 

냉매가 빠지는 신호가 몇 가지 있습니다. 바람은 나오는데 미지근하고, 설정 온도까지 방이 안 식고, 실외기 배관 쪽에 성에가 끼어 있다면 냉매가 줄었거나 새고 있는 겁니다. 저도 이 증상을 보고 처음엔 에어컨이 너무 오래돼서 그런가 싶어 교체를 알아봤는데, 혹시 싶어 냉매 충전을 먼저 해봤더니 바람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냥 교체할 뻔했는데 충전 하나로 해결됐을 때 솔직히 좀 허탈했습니다.

 

삼성전자 서비스 안내에 따르면 에어컨 냉매는 정상적으로 사용하면 줄어들지 않지만 배관 연결부에 틈이 생기거나 오래된 제품에서 서서히 누출될 수 있으며, 냉방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면 냉매 점검을 권장하고 있습니다(출처: 삼성전자 서비스). 냉매가 조금씩 줄면서 서서히 덜 시원해지다 보니 처음에는 원래 이런가 싶고 넘어가게 되는데, 그 상태가 길어질수록 전기요금만 더 나옵니다.

 

업체 부르기 전에 필터 청소와 실외기 주변 정리는 직접 해볼 수 있고, 이것만으로 끝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안 된다면 냉매 충전이나 실외기 점검을 받으면 됩니다. 에어컨이 10년 넘게 됐다면 냉방 용량 자체가 방 크기에 안 맞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뭘 해도 시원해지지 않습니다. 그때는 교체밖에 없고, 사실 그 판단이 가장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