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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내내 에어컨을 냉방으로만 쓰다가 춥고 건조한 게 싫어서 끄면 금세 다시 눅눅해지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제습 모드가 있다는 건 알았는데 냉방이랑 뭐가 다른지 몰라서 그냥 안 썼던 겁니다. 한 번 제대로 찾아보고 나서는 장마철에 쓰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실내가 눅눅해지는 이유

습도가 높으면 불쾌한 이유는 땀이 잘 증발하지 않아서입니다. 우리 몸은 땀을 증발시키면서 체온을 낮추는데, 공기 중 수분이 이미 많으면 땀이 날아갈 자리가 없습니다. 같은 온도여도 습도가 높을 때 더 덥고 끈적하게 느껴지는 게 이 때문입니다.

 

실내 습도가 높아지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장마철처럼 외부 습도가 높으면 창문을 잠깐 열어두기만 해도 습기가 들어오고, 요리나 샤워 후 환기가 안 되면 수증기가 그대로 실내에 남습니다. 사람 여럿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밀폐된 공간에서는 습도가 오릅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여름철 장마 기간 평균 상대습도는 80~90%에 달하고, 이 수준에서는 실내 곰팡이 발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합니다(출처: 기상청).

 

세계보건기구(WHO)는 실내 적정 상대습도를 40~60%로 권고합니다. 상대습도란 현재 공기가 최대로 담을 수 있는 수분량 대비 실제 수분 비율을 말합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60%를 넘으면 곰팡이와 집먼지진드기가 빠르게 번식하고, 40% 아래로 내려가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바이러스에 취약해집니다.

 

에어컨 제습 모드란

냉방 모드와 제습 모드의 차이

냉방 모드와 제습 모드는 겉보기에 비슷해 보이지만 목적이 다릅니다. 냉방 모드는 설정 온도까지 실내를 낮추는 게 목적이고, 제습 모드는 온도보다 습도를 잡는 데 집중합니다.

 

에어컨이 제습하는 원리는 이렇습니다. 실내 공기를 에어컨 내부로 끌어들이면 냉각 코일을 지나면서 온도가 내려가고, 이 과정에서 공기 중 수분이 물방울로 맺혀 떨어집니다. 이를 응결(condensation)이라고 하는데, 응결이란 기체 상태의 수분이 온도가 낮은 표면에 닿으면서 액체로 바뀌는 현상입니다. 수분이 빠진 공기가 다시 실내로 돌아오는 방식입니다.

 

냉방 모드는 이 차가운 공기를 그대로 내보내고, 제습 모드는 수분을 뺀 공기를 다시 데워서 내보냅니다. 그래서 제습 모드를 틀면 온도는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 축축한 느낌만 빠집니다.

 

제습 모드가 맞는 상황

온도는 괜찮은데 습기만 높을 때 씁니다. 장마철 아침저녁처럼 기온이 그리 높지 않은데 공기가 끈적할 때, 비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하는 날, 실내에 빨래를 널어서 습도가 올라갔을 때 딱 맞습니다.

 

한여름 낮처럼 온도 자체가 높을 때 제습 모드를 틀면 오히려 답답합니다. 온도가 별로 안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냉방과 제습을 상황에 맞게 바꿔 쓰면 전기요금도 줄어드는데, 제습 모드는 압축기를 간헐적으로만 돌려서 냉방보다 전력을 덜 씁니다.

 

제습 모드 쓸 때 놓치기 쉬운 것

제습 모드를 오래 틀면 습도가 40% 아래로 내려가는 때가 있습니다. 눈이 뻑뻑하거나 목이 칼칼해지기 시작한다면 습도가 너무 떨어진 겁니다. 습도계 하나를 두고 확인하면서 쓰면 이런 상황을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에어컨 제습 과정에서 생긴 응결수를 모아 외부로 내보내는 부품을 드레인 판이라고 합니다. 이 부위가 막히면 물이 역류하거나 실내로 떨어지는데, 제습을 많이 쓰는 여름철에는 막혔는지 한 번씩 확인해줘야 합니다.

 

에어컨 제습 모드 관리 방법

필터가 막혀 있으면 제습이 잘 안 됩니다. 공기가 충분히 통과하지 못하면 냉각 코일과 접촉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응결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습도가 잘 안 잡힌다 싶으면 필터부터 확인해 보세요. 2주에 한 번 꺼내서 흐르는 물에 씻고 그늘에서 말린 뒤 끼우면 됩니다.

 

에어컨을 끄기 전에 송풍 모드로 10~15분 돌려두면 내부 코일과 필터에 남은 수분이 날아갑니다. 뜨겁고 습한 여름에 곰팡이가 생기는 주요 경로 중 하나가 사용 후 내부에 남은 수분인데, 이 습관 하나로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제습기나 에어컨이 없는 상황이라면 숯이나 시중 제습제를 구석에 두는 것도 임시방편으로 쓸 수 있습니다. 빨래를 실내에 말릴 때는 선풍기를 함께 켜서 공기를 돌려주면 건조 시간도 짧아지고 습기가 한쪽에 몰리는 것도 막힙니다.

 

지난 장마철에 제습 모드 쓰는 법을 알고 나서 에어컨을 끄고 싶어서 끈 건지, 더워서 다시 켠 건지 헷갈리는 상황이 없어졌습니다. 냉방이랑 제습 모드를 번갈아 쓰는 것만으로도 여름 전기요금이 조금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