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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저녁에 꺼낸 반찬 냄새가 평소와 다를 때가 있습니다. 분명 어제 만든 건데 뭔가 시큼하거나 색이 조금 변해 있는 것 같아서 결국 버린 적이 저도 꽤 많았습니다. 냉장고에 넣었으니 괜찮겠거니 했는데, 냉장고에 넣는 것 자체보다 어디에, 어떻게 넣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음식을 버리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냉장고 문을 자주 열면 온도가 올라가고, 그 잠깐 사이에 세균이 생각보다 빠르게 번식합니다.

여름철음식 보관은 냉장고 하나만으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세균이 어떤 환경에서 빠르게 번지는지를 알아야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여름철음식 보관

음식이 상하는 근본 원인은 세균 번식인데, 여름에는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면서 그 속도가 다른 계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빨라집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근 5년간 월별 식중독 발생 현황에 따르면 식중독 환자의 40%가 여름철인 6월에서 8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파주타임스) 이 수치를 보면 여름 한 계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음식 문제로 고생하는지 실감이 됩니다.

 

여름 식중독의 주된 원인균 중 하나가 살모넬라균(Salmonella)입니다. 살모넬라균이란 달걀 껍데기, 닭고기, 육류 등에 잘 붙어 있는 세균으로, 섭취하면 짧게는 몇 시간 안에 발열과 복통, 설사를 일으킵니다. 저는 한 여름에 삶은 달걀을 상온에 두 시간 넘게 뒀다가 먹고 하루를 꼬박 고생한 적이 있는데, 그때 달걀이 얼마나 빨리 위험해지는지를 몸으로 알았습니다. 또 다른 주범은 병원성 대장균(Pathogenic E.coli)으로, 오염된 생채소나 덜 익힌 육류에서 주로 나오는데 복통과 심한 설사를 유발합니다.

 

이 세균들이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온도 구간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위험 온도 구간(temperature danger zone)이라고 부르는 5도에서 60도 사이입니다. 위험 온도 구간이란 세균이 급속도로 번식하는 온도 범위를 말하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르면 냉장식품은 5도 이하, 냉동식품은 영하 18도 이하로 보관하고, 따뜻한 음식은 60도 이상을 유지해야 세균 번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냉장고 온도가 10도 이상으로 올라가 있다면 이미 위험 구간에 걸쳐 있는 겁니다. 이 기준을 알고 나서 냉장고 설정 온도를 3도에서 4도로 낮췄더니 반찬이 버텨주는 기간이 달라졌습니다.

 

냉장 보관 온도와 위치

냉장고 안이라고 다 같은 온도가 아닙니다. 문 쪽은 문을 열 때마다 바깥 더운 공기가 들어와서 온도 변화가 크고, 안쪽 선반은 비교적 일정하게 낮은 온도를 유지합니다. 저는 오래 달걀을 냉장고 문 달걀판에 뒀는데, 어느 여름에 평소보다 빨리 냄새가 이상해져서 버린 적이 있습니다. 위치를 안쪽으로 바꾸고 나서는 그런 일이 줄었습니다.

 

날음식과 조리된 음식을 반드시 분리 보관해야 하는 이유는 교차오염(cross-contamination) 때문입니다. 교차오염이란 날음식에 있던 세균이 다른 식품으로 옮겨가는 현상인데, 날고기를 냉장고 위쪽에 두면 핏물이 아래 식품으로 흘러내릴 수 있습니다. 날음식은 냉장고 하단에, 조리된 음식은 상단에 두는 게 원칙입니다. 이게 상식처럼 알고 있었는데 정작 제 냉장고를 보면 거꾸로 돼 있었습니다. 냉장고를 청소하다가 아래쪽에서 핏물 흔적을 발견하고서야 바꿨습니다.

 

조리한 음식은 반드시 뚜껑을 덮어 보관해야 합니다. 공기 중 세균이 음식 표면에 내려앉는 것도 문제지만, 냉장고 안의 다른 냄새까지 배어들어서 맛이 변하기도 합니다. 밀폐용기가 없더라도 랩을 씌워두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납니다. 저는 밀폐용기가 부족한 날 랩도 귀찮아서 그냥 접시째 넣었다가 다음날 반찬에서 냉장고 냄새가 나는 걸 경험하고 나서는 꼭 덮어두게 됐습니다.

 

식재료 관리

육류는 냉장 보관 시 하루에서 이틀이 한계인데, 그 이상 두고 먹을 것이라면 구입 당일 소분해서 냉동하는 게 맞습니다. 냉동 보관이라면 3주까지는 유지되는데, 날짜를 적어두지 않으면 언제 넣었는지 모르게 됩니다. 저는 마스킹 테이프에 날짜를 써서 붙이는 방법을 쓰는데, 이걸 시작하고 나서 오래된 걸 모르고 먹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채소 보관에서 흔히 하는 실수가 비닐 포장 채로 냉장고에 그냥 넣는 겁니다. 비닐 안은 공기가 통하지 않아 채소가 빨리 물러지고, 그렇다고 비닐을 완전히 벗겨두면 수분이 날아가 시들어버립니다. 물에 적신 키친타월로 감싸서 보관하면 공기도 적당히 통하고 수분도 유지돼서 신선도가 훨씬 오래갑니다. 이 방법을 쓰기 전에는 쌈 채소를 사면 3일 안에 물러지는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키친타월로 바꾸고 나서 일주일 넘게 버티는 걸 보고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싶었습니다.

 

과일 보관에서도 놓치기 쉬운 게 있습니다. 사과나 복숭아처럼 에틸렌(ethylene)을 많이 내뿜는 과일이 따로 있습니다. 에틸렌이란 과일이 익어가는 과정에서 방출하는 식물 호르몬으로, 이 가스가 옆에 있는 다른 과일의 노화와 부패를 앞당깁니다. 사과와 포도, 배를 같은 봉투에 넣어뒀다가 포도가 하루 만에 쭈글쭈글해진 걸 보고 나서야 이 문제를 알았습니다. 에틸렌을 많이 내뿜는 과일은 따로 용기에 담아 보관하는 게 낫습니다.

 

여름철음식 보관에서 제가 가장 크게 바꾼 건 냉장고 온도를 낮추고, 식재료 위치를 날음식 아래에서 위로 바꾼 것, 그리고 채소를 키친타월로 싸는 것이었습니다. 거창한 게 아니라 이 세 가지를 바꾸고 나서 여름에 음식을 버리는 일이 줄었습니다. 음식이 상한 걸 뒤늦게 알고 버릴 때의 그 찝찝함이 싫어서 찾아보다 알게 된 것들인데, 미리 알았더라면 훨씬 좋았을 내용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