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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는 에어컨이나 세탁기처럼 쓰는 날 전기를 많이 쓴다는 느낌이 없어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가전입니다. 24시간 내내 켜져 있는데도 눈에 안 띄니까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고 나서도 에어컨 탓만 하게 됩니다.
여름 전기요금이 유독 많이 나오는 집을 보면 에어컨과 냉장고가 함께 작용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특히 10년 넘게 쓴 냉장고일수록 신형 제품 대비 전력을 훨씬 많이 씁니다. 에어컨 설정 온도 1도 조정하는 것보다 냉장고 관리 방법을 바꾸는 쪽이 전기요금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래된 냉장고 전력 소비 원인
냉장고 전기요금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은 컴프레서입니다. 컴프레서란 냉매를 압축해 순환시키면서 냉장고 내부를 차갑게 유지하는 장치로, 내부 온도가 설정 온도보다 올라갈 때마다 자동으로 켜집니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는 냉장고는 대부분 이 컴프레서가 필요 이상으로 자주, 오래 돌아가는 상태입니다.
오래된 냉장고에서 컴프레서가 과하게 돌아가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냉매 손실이고, 다른 하나는 단열 성능 저하입니다. 냉매란 냉각 작용을 하는 유체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빠져나가면 냉각 효율이 떨어지고 컴프레서가 더 오래 돌아야 같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단열재도 10년 이상 쓰다 보면 성능이 낮아지면서 외부 열기가 안으로 더 많이 들어오고, 그만큼 컴프레서 가동 시간이 늘어납니다.
냉장고 뒷면 방열판 상태도 전력 소비에 영향을 줍니다. 방열판이란 컴프레서가 돌면서 생기는 열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장치인데, 먼지가 두껍게 쌓이면 열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서 컴프레서가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이사 온 뒤 한 번도 냉장고 뒷면을 청소하지 않다가 뒤늦게 닦아보니 방열판에 먼지가 꽤 두껍게 쌓여 있었는데, 청소 후에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10년 이상 된 냉장고는 현재 에너지 1등급 제품 대비 전력 소비량이 30퍼센트에서 50퍼센트 이상 높은 경우가 많으며, 단열 성능 저하와 컴프레서 효율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나와 있습니다. (출처: 한국에너지공단)
냉장고 전기세 절약 방법
냉장고 전기요금을 줄이는 데 바로 효과가 나는 것부터 짚겠습니다.
온도 설정을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냉장실은 섭씨 3도에서 5도, 냉동실은 영하 18도가 적정 온도인데, 이보다 낮게 맞춰두면 컴프레서가 불필요하게 더 오래 돌아갑니다. 냉장실 온도를 가장 낮게 설정해 두는 게 음식이 오래간다고 생각했는데, 적정 온도만 맞춰도 충분하고 오히려 일부 채소는 너무 낮은 온도에서 냉해를 입기도 합니다.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고 나서 한 달 뒤 고지서를 보면 달라진 게 느껴집니다.
냉장고를 얼마나 채워두느냐도 전력 소비에 영향을 줍니다. 냉장실은 용량의 60퍼센트에서 70퍼센트 정도 채워두는 게 적당한데, 너무 비어 있으면 문을 열 때마다 찬 공기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온도 회복에 에너지가 더 들고, 반대로 너무 꽉 차 있으면 찬 공기가 순환되지 않아 컴프레서가 쉬지 못합니다. 냉동실은 꽉 채울수록 유리한데, 얼어 있는 음식들이 서로 단열재 역할을 해서 온도 유지에 에너지가 덜 듭니다.
문 패킹 상태도 점검해 두면 좋습니다. 패킹이란 냉장고 문 테두리에 달린 고무 밀봉재인데, 오래 쓰다 보면 탄성이 줄어들면서 문을 닫아도 미세한 틈이 생깁니다. 패킹에 종이 한 장을 끼우고 문을 닫은 뒤 당겼을 때 저항 없이 빠져나오면 밀봉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신호로, 찬 공기가 조금씩 새어나가면서 컴프레서가 쉬지 못하고 계속 돌게 됩니다. 패킹 교체는 냉장고를 통째로 바꾸는 것보다 저렴하게 해결됩니다.
냉장고 위치도 신경 쓸 부분입니다. 직사광선이 닿는 자리나 가스레인지 바로 옆에 두면 외부 열기 탓에 내부 온도가 올라가기 쉬워서 컴프레서가 더 자주 켜지는데, 뒷면과 벽 사이에 최소 10센티미터 이상 공간을 둬야 방열판이 제대로 작동합니다. 한국전력공사 전력 사용량 자료에 따르면 냉장고 온도를 1도 낮출 때마다 전력 소비량이 약 2퍼센트에서 3퍼센트 늘어나며, 패킹 불량 냉장고는 정상 제품보다 연간 전력 소비량이 10퍼센트에서 15퍼센트 높게 측정됩니다. (출처: 한국전력공사)
냉장고 교체 시점 기준
오래된 냉장고를 고쳐 쓸지 새 제품으로 바꿀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수리비보다 전기요금 차이를 먼저 계산해 보는 게 빠릅니다. 컴프레서 수리를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부품이 연달아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주변에서 꽤 봤습니다.
냉장고 내용연수는 일반적으로 10년에서 12년으로 보는데, 내용연수란 제품이 정상 성능을 유지하며 쓸 수 있는 기간을 말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부품 교체가 잦아지면서 에너지 효율도 함께 떨어집니다. 10년이 넘은 냉장고라면 수리 전에 전기요금 차이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계산은 이렇게 합니다. 지금 쓰는 냉장고 뒷면 라벨에 소비전력(W)이 적혀 있는데, 같은 용량대 최신 1등급 제품의 소비전력과 비교해 두 제품의 차이에 24시간, 365일, 전기 단가를 곱하면 연간 전기요금 차이가 나옵니다. 이 금액이 신제품 구입 비용을 몇 년 만에 뽑을 수 있는지 보면 교체 여부가 보입니다. 15년 된 냉장고를 쓰다가 이 계산을 해봤더니 연간 전기요금 차이가 꽤 커서 3년 안에 구입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게 나왔고, 그때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컴프레서 교체 비용이 신제품 가격의 30퍼센트를 넘는다면 수리보다 교체 쪽이 낫습니다. 부품비와 공임을 합쳐 30만 원에서 50만 원 이상 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 비용을 새 냉장고 구입에 보태는 편이 결국 더 이득입니다. 저희 집 냉장고도 사용한 지 10년이 넘어서 전기세가 많이 나오고 있어서 교체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