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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뒤에 껌이 붙은 걸 집에 와서야 발견했을 때 정말 허탈했습니다. 언제 붙은 건지도 몰랐는데, 하루 종일 달고 다닌 것 같아서 더 찝찝했습니다. 그때 손으로 잡아당기다가 상황을 더 키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가장 먼저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습니다. 껌은 잡아당겨서 떼는 게 아니라 굳히거나 녹여야 한다는 것, 그 순서를 모르면 새 옷도 망가질 수 있습니다.

 

옷에 껌 붙었을 때 

껌을 발견하면 반사적으로 손이 가는데, 그게 문제의 시작입니다. 껌의 주성분은 폴리아세트산비닐(polyvinyl acetate)이라는 합성수지입니다. 폴리아세트산비닐이란 상온에서 점성이 강하고 탄성이 있는 고분자 물질로, 섬유 조직에 눌리면 실 사이로 파고들어 강하게 달라붙습니다. 이 상태에서 잡아당기면 껌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섬유가 늘어나거나 끊어집니다. 저도 그렇게 했다가 새로 산 바지 뒷면 섬유가 보풀처럼 일어난 적이 있는데, 새 옷이었던 터라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열을 가하거나 비비는 것도 하면 안 됩니다. 껌은 온도가 올라갈수록 점성이 더 강해져서, 여름에 껌을 밟고 당황해서 바닥에 문질렀다가 오히려 더 넓게 퍼진 경험이 있는 분들 많을 겁니다. 반대로 온도가 내려가면 굳어서 잘 떨어집니다. 그래서 집에 왔다면 옷을 비닐봉지에 넣고 냉동실에 30분에서 1시간 넣어두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껌이 완전히 굳으면 카드 모서리로 살살 밀어내면 되는데, 이때 세게 긁으면 안 됩니다. 옷감 결 방향으로 부드럽게 밀어내야 섬유가 상하지 않습니다. 처음 이 방법을 써봤을 때 냉동실에서 꺼내자마자 카드로 밀었더니 껌이 딱 소리와 함께 떨어졌습니다. 왜 진작 이렇게 안 했나 싶었고, 이 방법만으로도 껌의 70퍼센트 이상은 해결됩니다.

 

얼음과 식용유

외출 중이라면 얼음을 바로 쓰면 됩니다. 비닐에 싸서 껌 위에 2분에서 3분 정도 올려두면 껌이 하얗게 굳는데, 이때 카드나 나무 젓가락으로 밀어내면 생각보다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저는 카페에서 껌이 붙은 걸 발견하고 직원분께 얼음 하나만 받아서 해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너무 당황해서 그냥 집에 가려고 했는데, 같이 있던 친구가 알려줘서 그 자리에서 끝냈습니다. 아이스 음료 한 잔 시키면 얼음이 생기니까 밖에서도 충분히 됩니다.

 

껌 덩어리를 떼어냈는데도 끈적이는 자국이 남을 때는 식용유를 씁니다. 껌의 수지 성분은 기름에 녹는 성질이 있어서, 기름을 바르면 껌과 섬유 사이의 결합이 느슨해집니다. 면봉에 식용유를 묻혀 남은 껌 자국에 살살 발라두고 5분 정도 두었다가 화장지로 닦아내면 끈적이는 느낌이 거의 사라집니다. 처음에 식용유를 쓴다는 게 기름얼룩이 새로 생길 것 같아서 망설였는데, 소량만 쓰면 기름 자국이 거의 남지 않아서 그 이후로는 겁내지 않고 씁니다. 면봉에 조금씩 묻혀서 껌 자국 위에만 정확히 바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손소독제도 같은 원리입니다. 알코올 성분이 껌의 수지를 분해하는데, 밖에서는 식용유보다 손소독제가 훨씬 구하기 쉬우니 상황에 따라 골라 쓰면 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생활화학제품 자료에 따르면 에탄올 농도 70퍼센트 이상의 손소독제는 유기물 분해 능력이 있어 껌 성분 제거에도 활용 가능합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잔여물 제거

껌 덩어리를 다 떼어냈다고 해서 바로 세탁기에 넣으면 안 됩니다. 잔여물이 남은 상태로 세탁기를 돌리면 열과 마찰 때문에 오히려 더 깊이 섬유에 박혀버립니다. 저도 처음에 그렇게 했다가 세탁 후에도 끈적이는 자국이 그대로 남아서 당황했는데, 세탁 전에 잔여물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잔여물은 주방세제로 처리합니다. 껌 자리에 주방세제를 한두 방울 떨어뜨리고 오래된 칫솔로 가볍게 문질러주면 됩니다. 주방세제 속 계면활성제가 껌 성분의 유분과 결합해 섬유에서 밀어냅니다. 계면활성제란 물과 기름 양쪽에 달라붙는 성질을 가진 물질로, 기름기 있는 껌 잔여물을 물로 헹구어낼 수 있게 됩니다. 칫솔로 문질러서 거품이 생기면 찬물로 헹구고, 그다음에 세탁기에 넣으면 됩니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서는 세탁 후 자국이 남지 않았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섬유 오염 제거 자료에 따르면, 껌처럼 수지 성분이 섬유에 결합한 경우 물리적 제거와 유기용제 처리를 병행하는 것이 잔여물 없이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고되었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마지막으로 소재 얘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울이나 실크는 알코올이나 아세톤을 쓰면 섬유 자체가 상합니다. 이 소재에 껌이 붙었다면 얼음으로 굳혀서 떼어내는 것까지만 하고 잔여물은 세탁소에 맡기는 게 낫습니다. 저도 예전에 실크 블라우스에 뭔가 묻었을 때 직접 다 처리하려다가 오히려 망친 적이 있어서, 소재가 약한 옷은 마음이 급해도 세탁소 문을 두드리는 편입니다. 돈이 조금 들더라도 옷을 살리는 쪽이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