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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하고 나서 옷을 꺼냈는데 하얀 점이 찍혀 있었습니다. 처음엔 뭔가 묻은 건가 싶어서 손으로 문질러봤는데 지워지지 않았고, 자세히 보니 색이 빠진 거였습니다. 락스가 튄 자리라는 걸 그때서야 알았는데, 청소할 때 어딘가에 튄 게 세탁하고 나서야 드러난 겁니다. 검정 티셔츠였는데 하얀 점이 딱 눈에 띄는 자리에 있어서, 결국 그 옷은 한동안 서랍에만 들어가 있다가 결국 버렸습니다. 비슷한 일이 두어 번 더 생기고 나서야 락스가 옷에 튀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아봤습니다.

 

옷에 묻은 락스 지우는 방법

락스가 옷에 닿으면 색이 빠지는 건 주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 때문입니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이란 강한 산화력을 가진 화합물로, 섬유 속 염료 분자를 산화 분해해서 색을 없애버리는 성질이 있습니다. 세균을 죽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염료도 파괴하는 거라서, 락스가 닿은 자리는 오염된 게 아니라 색 자체가 없어진 상태입니다. 저는 세탁을 두 번 하면 지워지지 않을까 해서 한 번 더 돌렸는데, 아무 변화가 없었습니다.

 

발견한 시점이 중요합니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섬유에 닿는 순간부터 염료를 분해하기 시작하는데, 튄 직후에 바로 중화시키면 손상 범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저는 다음 날 세탁하고 나서야 알았으니 그 사이에 탈색이 이미 고착된 거였는데, 청소하다가 튄 게 느껴지면 바로 대응했어야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한국의류학회 연구에 따르면 염소계 표백제에 의한 섬유 탈색은 접촉 후 10분 이내에 중화 처리를 하면 손상 범위를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한국의류학회).

 

락스가 튀었을 때 물로 문질러서 닦으면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더 넓게 번집니다. 저도 얼른 없애야겠다는 생각에 박박 닦았는데, 그게 점을 더 키운 거였습니다. 눌러서 흡수시켜야 하는데 반대로 한 겁니다.

 

발견 즉시 중화하는 방법

락스가 튄 걸 그 자리에서 알아챘다면 식초 희석액을 씁니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약산성 물질에 중화되는 성질이 있어서, 물 한 컵에 식초 한 큰 술을 섞어 튄 자리에 적셔두면 산화 반응을 늦출 수 있습니다. 5분쯤 두었다가 찬물로 눌러서 헹궈내면 되는데, 여기서도 문지르면 번지니까 눌러야 합니다. 나중에 알고 나서 남은 옷 조각에 락스를 묻혀서 식초로 처리해 봤는데, 처리하지 않은 쪽보다 탈색 범위가 확실히 작았습니다. 그걸 보고 나서 청소할 때 식초를 옆에 두고 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탈색이 이미 조금 진행됐다면 과산화수소수가 도움이 됩니다. 과산화수소수란 산화 반응으로 색소를 분해하는 성분으로, 이미 탈색된 섬유 주변에 약한 산화를 한 번 더 가해서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들어줍니다. 3퍼센트 과산화수소수를 면봉에 묻혀 탈색된 자리 바깥쪽부터 안으로 두드려주면 뚜렷하게 남아 있던 경계선이 번진 것처럼 자연스러워집니다. 완전히 없애는 게 아니라 티를 덜 나게 하는 방법인데, 저는 직접 해봤더니 경계선이 흐릿해지면서 멀리 서는 잘 안 보이는 수준이 됐습니다.

 

소금은 식초가 없는 상황에서 쓸 수 있습니다. 마른 소금을 두껍게 뿌려두면 액체를 흡수하면서 차아염소산나트륨이 섬유 깊이 파고드는 걸 막아줍니다. 청소 중에 락스가 튀었을 때 식초를 가지러 가기 어려운 상황이면 소금이라도 먼저 뿌려두는 게 낫습니다. 저도 한 번 그렇게 했는데, 나중에 보니 소금을 안 뿌린 쪽보다 탈색 면적이 작았습니다.

 

탈색된 옷 색 복원하기

이미 탈색이 굳어버린 자리는 원래 색으로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염료 자체가 파괴된 상태라 색을 다시 입히는 수밖에 없는데, 탈색 면적이 작고 단색 옷이라면 패브릭 마커로 색을 맞춰 칠하는 게 빠릅니다. 패브릭 마커는 색이 다양하고 세탁 후에도 유지되는 제품이 있어서, 검정이나 남색 옷이라면 색을 맞춰 칠해두면 가까이 봐도 잘 안 보이는 수준이 됩니다. 저도 그 티셔츠에 써봤는데, 처음엔 색이 딱 맞지 않아서 더 어색해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두어 번 겹쳐 칠했더니 다시 입고 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탈색 면적이 넓다면 섬유 전체를 재염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정용 섬유 염료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방식이라 혼자서도 되는데, 탈색된 자리와 주변의 염료 흡수율이 달라서 얼룩덜룩하게 나오는 일이 있습니다. 저도 한 번 해봤는데 결과가 균일하지 않아서, 처음부터 전문점에 맡길 걸 싶었습니다. 면 소재는 재염색이 잘 되는 편인데, 폴리에스터가 섞인 혼방 소재는 염료가 잘 스며들지 않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섬유제품 관리 정보에 따르면 염소계 표백제에 의한 탈색은 원상 복구가 어렵고, 혼방 소재는 재염색 시 흡수율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전문점 의뢰를 권장한다고 합니다 (출처: 한국소비자원).

 

탈색 범위가 너무 넓다면 역으로 패턴을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락스를 일부러 더 뿌려서 그라데이션 효과를 내는 타이다이 기법인데, 어차피 못 입는 옷이라면 이 방향이 낫습니다. 저도 그 티셔츠에 해봤는데, 하얀 점 하나만 있을 때보다 패턴을 넣고 나서 오히려 더 입고 싶어 졌습니다. 친구한테 보여줬더니 일부러 그렇게 만든 줄 알았다고 해서 좀 웃기기도 했습니다.

 

락스 청소를 그냥 입고 하다가 이런 일이 여러 번 생겼는데, 이제는 락스 쓸 때 헌 옷으로 먼저 갈아입습니다. 아끼던 옷이 탈색되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기본적인 일인지 알았는데, 귀찮더라도 옷을 먼저 갈아입는 게 맞습니다. 락스가 튀는 걸 완전히 막을 수는 없으니까, 막는 것보다 튀어도 괜찮은 상황을 만들어놓는 게 낫다는 걸 몇 번 망친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