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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옷인데 몇 번 입지도 않았는데 늘어나거나 보풀이 생겨서 더 이상 못 입게 된 경험이 있습니다. 저도 좋아하던 니트가 두 번 세탁 후 형태가 완전히 변해버린 적이 있었는데, 세탁 방법만 달리했어도 훨씬 오래 입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옷 수명은 소재 자체보다 관리 방법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납니다. 세탁부터 보관까지 어디서 어떻게 잘못되는지 적어봤습니다.

 

1. 옷이 빨리 망가지는 이유와 올바른 세탁법

옷이 빨리 상하는 원인 중 가장 많은 부분이 세탁 방법 때문입니다. 세탁기의 강한 회전력은 섬유 조직을 마찰시킵니다. 섬유 조직이란 실이 짜여 만들어진 옷감의 내부 구조를 말하는데, 반복적인 마찰을 받으면 섬유가 끊어지거나 늘어납니다. 니트나 울처럼 조직이 느슨한 소재일수록 손상이 빠릅니다.

 

세탁 온도도 중요합니다. 뜨거운 물은 섬유를 수축시키고 색을 빠르게 탈색시킵니다. 탈색이란 섬유에 입혀진 염료 성분이 열이나 마찰에 의해 분해되어 색이 빠지는 현상입니다. 저도 면 티셔츠를 뜨거운 물에 돌렸다가 한 치수 작아진 경험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옷은 30도 이하 찬물 세탁이 소재 보호에 좋습니다.

 

세제 양도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너무 많이 넣으면 헹굼으로 다 씻기지 않고 섬유 안에 잔류물이 남습니다. 이 잔류물이 쌓이면 옷감이 뻣뻣해지고 피부 자극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권장량의 70퍼센트 정도만 써도 세탁력에는 거의 차이가 없으면서 섬유 손상은 줄어듭니다.

 

세탁망도 습관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얇은 옷이나 지퍼 달린 옷을 그냥 세탁기에 넣으면 다른 옷에 걸리거나 마찰이 심해집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세탁망 사용 전후 차이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특히 얇은 블라우스나 편물 소재는 세탁망 없이 돌리면 금방 늘어납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의류 소비자 피해 중 세탁 관련 손상이 매년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소재에 맞지 않는 세탁 방법이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소비자원)

 

2. 보풀 제거와 형태 유지 방법

보풀은 섬유 표면에서 짧은 실 끝이 마찰에 의해 뭉쳐 생기는 것으로, 필링(pilling)이라고 합니다. 필링이란 섬유 표면의 실이 엉켜 작은 공 모양으로 뭉치는 현상으로, 한 번 생기면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이 생겨서 초기에 잡는 게 중요합니다.

 

보풀 제거기로 표면을 살살 밀어주면 어느 정도 제거됩니다. 오래된 니트에 써봤는데 새 옷처럼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아도 훨씬 깔끔해졌습니다. 너무 강하게 밀면 오히려 옷감이 더 상할 수 있어서 약한 강도로 결을 따라 밀어주는 게 좋습니다.

 

형태 기억도 챙겨야 할 부분입니다. 형태 기억이란 옷감이 원래 형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말하는데, 잘못된 방법으로 건조하거나 보관하면 이 성질이 손상됩니다. 옷을 세탁 후 잘못 널어두면 어깨나 목 부분이 늘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니트나 울 소재는 걸어서 건조하면 무게 때문에 아래로 늘어납니다. 뉘어서 건조해야 원래 형태가 유지됩니다. 면 소재도 세탁 직후 형태를 가다듬어 편평하게 펴서 널어야 주름과 변형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림질할 때 직접 고온으로 누르는 것도 형태를 망가뜨립니다. 얇은 헝겊을 덧대고 다리거나 스팀다리미로 살짝 펴주는 방식이 소재를 보호하는 데 낫습니다.

 

3. 옷 수명을 늘리는 보관 습관

같은 옷이라도 보관 방법에 따라 수명 차이가 납니다. 계절 지난 옷을 꺼냈더니 변색되거나 냄새가 배어 있어서 당황한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보관 전 세탁을 건너뛴 게 문제였습니다.

 

니트와 울은 접어서 서랍에 넣는 게 맞습니다. 옷걸이에 걸어두면 어깨 부분이 늘어나고 형태 기억이 손상됩니다. 반대로 셔츠나 재킷처럼 형태가 있는 옷은 옷걸이에 걸어두는 게 주름을 방지합니다. 어깨 너비와 옷 어깨선이 맞는 옷걸이를 써야 어깨 부분이 튀어나오지 않습니다.

 

햇빛이 직접 닿는 곳에 보관하면 산화가 생깁니다. 산화란 소재가 산소나 빛에 반응해 색이 변하고 섬유가 약해지는 현상으로, 진한 색상 옷은 빛에 장기간 노출되면 탈색이 빠릅니다. 오픈형 행거를 쓴다면 커버를 씌우거나 빛이 안 드는 곳에 두는 게 좋습니다.

 

계절이 지난 옷을 보관할 때는 세탁한 뒤 완전히 건조한 상태로 넣어야 합니다. 입었던 옷에 남은 땀과 피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되어 누런 얼룩이 생기고, 습기가 남아 있으면 곰팡이와 냄새가 생깁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깨끗해 보이는 옷도 입은 뒤 세탁 없이 보관하면 다음 시즌에 꺼냈을 때 변색이 생겨 있었습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고시한 섬유제품 취급 표시 기준에 따르면 의류는 세탁, 건조, 보관 방법을 소재에 맞게 지키는 것이 제품 수명과 품질 유지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가기술표준원)

 

세탁망 하나, 보관 방식 하나만 바꿔도 옷장에 있는 옷들이 훨씬 오래 제 모습을 유지합니다. 새 옷을 사는 것보다 지금 가진 옷을 제대로 관리하는 편이 결국 돈도 아끼고 스트레스도 줄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