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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이 3년이 지난 음식을 발견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음식을 꺼낼 때마다 유통기한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렇게 음식을 자꾸 버리니까 아까워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 활용법이 있는지 정리해 보겠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많은 사람들이 유통기한을 '이 날짜가 지나면 못 먹는다'는 기준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히는 그렇지 않다.
유통기한이란 제조사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을 표시한 것이다. 즉, 마트나 편의점에서 진열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지, 그 날짜 이후 즉시 먹을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제조사는 유통기한을 설정할 때 실제 품질 유지 기간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잡는다. 소비자 안전 마진을 크게 두기 때문이다.
소비기한이란 소비자가 실제로 섭취해도 안전한 기한을 말한다. 유통기한보다 훨씬 길다. 한국은 2023년부터 식품 표시 기준을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이 변화 자체가 유통기한이 실제 섭취 가능 기간보다 짧게 설정되어 있었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 가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약 7%가 유통기한 때문에 폐기되는데, 이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섭취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유통기한 지난 음식 활용법
모든 음식이 유통기한 이후에도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품목에 따라 차이가 크다.
달걀 — 유통기한 후 2-3주까지
달걀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상당히 오래 먹을 수 있는 식품이다. 냉장 보관 기준으로 유통기한 후 2-3주까지 섭취 가능하다는 게 식품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단, 반드시 신선도 확인이 필요하다.
신선도 확인 방법이 있는데, 물에 달걀을 넣어보는 거다. 신선한 달걀은 가라앉고, 오래된 달걀은 뜬다. 달걀 안에 공기층이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기 때문이다. 옆으로 눕는 달걀은 아직 먹을 수 있고, 세로로 서거나 떠오르는 달걀은 버려야 한다. 깨 보면 노른자가 퍼지지 않고 탄탄하게 유지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우유 — 개봉 여부에 따라 다르다
우유는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차이가 큰 식품 중 하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미개봉 냉장 우유는 유통기한 후 최대 50일까지 소비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개봉한 우유는 다르다.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부터 세균 번식이 시작되기 때문에 개봉 후 2-3일 이내 소비가 원칙이다.
유통기한이 살짝 지난 우유를 음용하기 찜찜하다면 요리에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끓여서 사용하는 크림수프, 감자조림 국물, 제빵 반죽에 넣으면 된다. 가열 과정에서 세균이 제거되기 때문에 음용보다 안전하다.
직접 써봤는데, 유통기한이 이틀 지난 우유를 감자크림수프에 넣어서 끓였는데 맛과 냄새에 전혀 이상이 없었다. 냄새와 질감이 정상이라면 요리 활용은 충분히 가능하다.
요구르트·발효유 — 유통기한 후 1-2주까지
요구르트는 발효 식품이라 유통기한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오래 먹을 수 있다. 락토바실러스 같은 유익균이 살아 있는 환경은 유해균이 번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냉장 보관 상태에서 유통기한 후 1-2주까지는 섭취 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기준이다.
단, 용기를 열었을 때 신맛이 평소보다 훨씬 강하거나 물과 고형물이 심하게 분리됐다면 폐기하는 게 맞다. 약간의 분리는 정상이지만 과도하게 물이 많이 생겼다면 변질된 신호다.
식빵·빵류 — 곰팡이가 없다면 활용 가능하다
식빵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곰팡이가 없다면 요리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살짝 굳은 식빵은 토스트로 구우면 식감이 살아나고, 달걀물에 적셔 구우면 프렌치토스트가 된다. 잘게 썰어 오븐에 구우면 크루통으로도 쓸 수 있다.
단, 곰팡이는 눈에 보이는 부분만 제거하고 나머지를 먹는 방식은 위험하다. 곰팡이의 균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깊게 퍼져 있고, 일부 곰팡이는 아플라톡신이라는 독소를 생성한다. 아플라톡신이란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독성 물질로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고 간 독성을 유발한다. 곰팡이가 핀 부분을 발견했다면 전체를 버려야 한다.
치즈 — 종류에 따라 판단이 다르다
치즈는 종류에 따라 유통기한 이후 활용 가능성이 크게 다르다. 파마산이나 체다 같은 경질 치즈는 유통기한 이후에도 냉장 보관 상태에서 수주-수개월까지 먹을 수 있다. 표면에 곰팡이가 생겼다면 그 부분만 2cm 이상 넉넉하게 잘라내고 나머지를 먹을 수 있다.
반면 크림치즈나 리코타 같은 연질 치즈는 수분 함량이 높아 세균 번식이 빠르다. 유통기한이 지났다면 냄새와 질감을 꼼꼼히 확인한 뒤 이상이 있으면 바로 버려야 한다.
냉동식품 — 유통기한보다 보관 상태가 중요하다
냉동식품은 영하 18°C 이하에서 보관하는 한 유통기한이 지나도 안전하다. 냉동 상태에서는 세균 대사가 정지되기 때문에 부패가 일어나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냉동 식품은 보관 상태가 적절하다면 유통기한 이후에도 섭취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단, 냉동식품의 품질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 냉동 화상이란 냉동 중 수분이 증발하면서 식품 표면이 건조해지고 색이 변하는 현상으로, 안전에는 문제없지만 질감과 맛이 저하된다. 냉동 화상이 심하게 진행된 식품은 섭취는 가능해도 조리 시 국물 요리나 볶음처럼 수분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
상했는지 판단하는 기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활용할지 버릴지 판단하는 기준은 결국 상태 확인이다.
냄새가 가장 확실한 기준이다. 음식이 변질되면 세균이 만들어내는 황화수소, 암모니아, 유기산 특유의 이취가 난다.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난다면 버리는 게 맞다.
외관도 중요하다. 곰팡이, 변색, 점액질 생성은 변질의 명확한 신호다. 표면이 끈적해지거나 색이 비정상적으로 바뀌었다면 섭취해선 안 된다.
질감 변화도 확인해야 한다. 원래 단단해야 하는 음식이 물렁해졌거나, 액체 식품이 분리되거나 점도가 비정상적으로 변했다면 변질을 의심해야 한다.
단, 냄새와 외관이 정상이어도 안전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살모넬라균이나 리스테리아균 같은 식중독균은 냄새나 맛의 변화 없이 번식하는 경우가 있다. 임산부, 고령자, 면역력이 낮은 사람은 유통기한 이후 음식을 먹는 것 자체를 피하는 게 안전하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유통기한 숫자만 보고 버리지 말고 음식이 상했는지 판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그래도 너무 오래 지난 음식은 배탈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냉장고의 음식들을 정리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