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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주방 한쪽에 개미 줄이 생깁니다. 저도 몇 해 전 싱크대 옆에 까만 줄이 생긴 걸 보고 처음에는 그냥 손으로 잡았습니다. 다음 날 또 나오고, 그다음 날은 더 늘어 있었습니다. 며칠을 그렇게 잡다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건지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보이는 개미를 잡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개미는 방법을 잘못 잡으면 몇 달을 고생해도 해결이 안 됩니다. 오히려 스프레이를 뿌릴수록 더 퍼지기도 하고요. 제가 직접 겪어보고 효과를 확인한 순서대로 정리해봤습니다.

 

집안 개미 없애는 방법

집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건 애집개미입니다. 애집개미란 몸길이가 1.5밀리미터 안팎의 황갈색 작은 개미로, 따뜻하고 습한 실내를 좋아해서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에서 유독 자주 나타납니다. 이 개미가 특히 골치 아픈 이유가 있는데, 여왕개미를 여러 마리 거느리는 특성 때문입니다. 일반 개미는 여왕이 한 마리라 그걸 없애면 군체가 무너지지만, 애집개미는 여왕이 여럿이라서 한두 마리 잡아봤자 군체 자체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개미를 계속 잡아도 줄지 않는 게 당연한 겁니다.

 

개미가 실내로 들어오는 가장 큰 이유는 먹이와 습기입니다. 부엌 조리대에 묻은 잼 한 방울이나 식탁 밑에 떨어진 부스러기 몇 개만으로도 개미 떼를 유인할 수 있고, 먹이원을 발견하면 개미들은 페로몬 흔적을 남겨 동료들을 그 지점으로 이끌며 통제가 어려운 침입이 시작됩니다. (Green Whereabouts) 페로몬(pheromone)이란 개미가 동료들에게 먹이 위치나 이동 경로를 알리기 위해 분비하는 화학 신호인데, 개미가 바닥을 다닐 때 이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개미를 아무리 잡아도 그 경로 자체가 지워지지 않으면 뒤에 오는 개미들이 그 길을 그대로 따라옵니다. 청소를 아무리 해도 개미가 계속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집개미는 주로 주방의 음식물 찌꺼기나 습한 욕실 주변에 서식하며, 특히 정수기 주변이나 가전제품 내부처럼 따뜻하고 물기가 있는 곳이 개미의 단골 은신처입니다. (농업 정보 블로그) 저는 정수기 받침 아래쪽을 의심도 안 했는데, 거기가 첫 번째 서식지였습니다. 물기가 늘 조금씩 고여 있는 자리라서 개미한테는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던 겁니다. 그쪽을 먼저 건조하게 유지하고 나서야 개미 수가 줄기 시작했습니다.

 

페로몬 차단과 베이트 제품 활용

보이는 개미를 잡는 건 근본적인 해결이 아닙니다. 핵심은 페로몬 경로를 끊고, 여왕개미까지 독성이 전달되게 만드는 건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는 방법이 베이트(bait) 제품 활용입니다. 베이트 제품이란 개미가 좋아하는 먹이 성분에 천천히 효과가 나타나는 독성을 섞어 만든 제품으로, 일개미가 먹고 군체로 돌아가 여왕개미와 동료들에게 나눠주면서 군체 전체가 무너지는 구조입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베이트 제품에는 히드라메칠논이나 피프로닐 성분이 사용되며, 전문업체들은 독성이 나타나는 시간과 여왕개미에게 전달되는 시간을 계산해서 제품을 만든다고 합니다. (나무위키 애집개미) 시중에서 파는 개미약 젤이 바로 이 원리로 만들어진 건데, 제가 직접 써봤을 때 처음 이틀 동안은 개미가 더 몰려드는 것 같아서 당황했습니다. 그게 효과가 없는 게 아니라 개미들이 미끼를 열심히 나르고 있다는 신호였고, 4일에서 5일이 지나자 개미 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일주일 뒤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요.

 

베이트를 쓸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살충제 스프레이를 같이 쓰는 겁니다. 스프레이로 개미를 죽이면 페로몬 경로가 흐트러지고 미끼를 나르던 개미들도 죽어서, 여왕개미까지 독성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 베이트를 놓고 나서 눈에 보이는 개미가 신경 쓰여 스프레이를 같이 뿌렸는데, 오히려 개미가 흩어지면서 더 넓게 퍼지더라고요. 베이트만 놓고 며칠 기다리는 게 결과적으로 훨씬 빠른 방법이었습니다.

 

페로몬 흔적을 지우는 것도 같이 해주면 좋습니다. 식초를 물에 희석하거나 주방 세제 탄 물로 개미가 다니던 바닥과 벽면을 닦으면 페로몬 흔적이 지워지는데, 이동 경로가 흐트러지면서 베이트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납니다.

 

개미 유입 막기

개미를 없앴다고 끝이 아닙니다. 다음 해 같은 시기에 또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유입 경로를 차단하는 게 재발을 막는 핵심입니다. 문과 창문에 방풍 마감재를 설치하면 개미의 약 93%를 실내 유입을 막을 수 있다고 해충 관리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습니다.

(Glantu 블로그) 배관이나 전선이 들어오는 벽 틈새, 창틀 아래 갈라진 부분을 실리콘으로 메워두면 개미가 들어올 길이 줄어드는데, 저는 싱크대 아래 배관 주변에 손가락 하나 들어갈 만한 틈이 있었고 거기를 막고 나서 이듬해 여름엔 개미가 한 마리도 안 나왔습니다. 그 작은 구멍 하나가 개미 고속도로였던 겁니다.

 

음식 보관 습관도 같이 바꿔야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과자나 당분이 든 식품은 밀폐용기에 넣어두고, 싱크대 주변 물기는 바로 닦는 게 좋습니다. 설탕통을 밀봉하지 않고 두거나 과일을 상온에 오래 두면 개미를 부르는 원인이 되고, 먹이가 없으면 개미가 군체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것만 잘 관리해도 재발이 많이 줄어듭니다.

 

정수기나 세탁기 주변처럼 물기가 늘 생기는 자리는 주기적으로 닦아서 건조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정수기 받침 아래를 일주일에 한 번씩 닦는 습관을 들인 뒤로 그쪽에서 다시 나온 적이 없습니다.

 

개미 퇴치는 방향이 맞아야 속도가 납니다. 눈에 보이는 걸 잡으려고 스프레이만 뿌리다 보면 한 달을 고생해도 해결이 안 되고, 베이트를 놓고 며칠 기다리는 게 처음엔 불안하지만 그 과정을 버텨야 군체가 무너집니다. 틈새 하나, 물기 하나 신경 쓰는 게 귀찮아 보여도 그 습관이 쌓이면 이듬해 여름엔 개미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저는 지금도 매년 여름 전에 배관 틈새를 한 번 확인하고, 밀폐용기를 점검하는 걸 루틴으로 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