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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이 갑자기 달라졌을 때 원두부터 바꿔봤습니다. 그래도 달라지지 않아서 물 문제인가 싶어 정수기 물로 내려봤는데 마찬가지였습니다. 한참 뒤에 머신 내부를 청소하고 나서야 원래 맛이 돌아왔는데, 원두를 두 봉지나 바꾸는 동안 정작 머신 청소는 한 번도 안 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커피머신이 더러워지는 이유

커피를 추출할 때 원두 오일이 머신 내부에 달라붙습니다. 커피 오일이란 원두에 포함된 지방 성분으로, 추출 과정에서 녹아 나와 포터필터, 샤워 스크린, 보일러 내부에 쌓입니다. 이 오일이 산화되면 산패취가 나면서 커피 맛 전체를 망칩니다. 산패취란 지방 성분이 변질되면서 나는 특유의 불쾌한 냄새로, 오래된 식용유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합니다.

 

물때도 따로 쌓입니다. 수돗물에 포함된 칼슘과 마그네슘이 보일러 내부와 수로에 굳으면 스케일(scale)이 형성되는데, 스케일이란 물속 미네랄 성분이 열을 받아 굳어 붙는 침착물입니다. 층이 두꺼워질수록 열전달 효율이 떨어지고 추출 온도가 불안정해져서, 같은 원두를 쓰는데도 날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다면 스케일이 쌓인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고압 추출 방식이라 오일이 더 많이 나오고, 캡슐 머신은 내부 수로가 좁아서 스케일이 빠르게 쌓입니다.

 

커피머신 청소 방법

추출 후 일상 청소

포터필터와 바스켓은 쓰고 나서 바로 씻어야 합니다. 커피 찌꺼기가 남은 채로 두면 오일이 산화되기 시작하고, 굳어버리면 물로만 씻어도 잘 안 빠집니다. 흐르는 물에 솔로 문질러 씻고 마른 천으로 닦아두면 됩니다.

 

스팀 완드가 있는 머신은 우유 스팀 후 바로 닦아야 합니다. 우유 단백질이 완드에 말라붙으면 굳어서 제거하기 어렵고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젖은 천으로 완드를 감싸 닦고 스팀을 짧게 한 번 더 뿜으면 내부까지 청소됩니다. 바로바로 안 닦다가 우유 찌꺼기가 안에서 굳어버려서 전문점에서 청소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뒤로는 스팀 직후에 닦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샤워 스크린도 확인해야 합니다. 샤워 스크린이란 포터필터 위쪽에 위치한 금속 망으로, 물을 고르게 분산시켜 원두에 균일하게 통과시키는 부품입니다. 여기에 커피 찌꺼기와 오일이 쌓이면 추출이 불균일해집니다. 젖은 솔로 닦아주거나 일주일에 한 번 분리해서 세척해 주면 됩니다.

 

역세척

에스프레소 머신은 역세척(backflush)을 주기적으로 해줘야 합니다. 역세척이란 포터필터에 블라인드 바스켓, 즉 구멍이 없는 필터를 끼우고 물을 역방향으로 흘려보내 그룹 헤드 내부를 청소하는 방법입니다.

 

일반 물로만 해도 오일이 어느 정도 제거되고, 전용 세제를 쓰면 더 깔끔합니다. 세제는 알칼리성 성분으로 커피 오일을 분해하는데, 사용 후에는 물로만 역세척을 2~3회 더 돌려서 잔류물을 완전히 씻어내야 합니다. 잔류물이 남으면 다음 커피에서 비누 맛이 납니다. 처음 역세척을 해봤을 때 갈색 오일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보고 충격이었는데, 그 뒤로는 주 1회 루틴이 됐습니다.

 

디스케일링

디스케일링(descaling)이란 머신 내부에 쌓인 스케일을 산성 용액으로 녹여 제거하는 청소입니다. 구연산 희석액이나 전용 디스케일러를 물탱크에 넣고 머신을 작동시키면 수로를 통과하면서 스케일이 녹습니다.

 

구연산은 물 1리터에 구연산 30g 비율로 희석합니다. 디스케일링 후에는 깨끗한 물로 2~3회 플러싱해야 잔류 구연산이 씻깁니다. 잔류물이 남으면 커피에서 신맛이 납니다.

 

캡슐 머신은 전용 디스케일러를 권장하는 기종이 많습니다. 구연산이 내부 고무 씰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주의사항이 있는 경우가 있어서, 캡슐 머신 디스케일링 전에는 설명서를 먼저 보는 게 낫습니다.

 

물탱크와 드립 트레이

물탱크는 일주일에 한 번 비우고 씻어야 합니다. 물이 고여 있으면 레지오넬라균 같은 수인성 세균이 번식할 수 있는데, 레지오넬라균이란 오염된 물에서 증식하는 세균으로 흡입 시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중성 세제로 씻고 완전히 건조한 뒤 다시 채워야 합니다.

 

드립 트레이는 커피 찌꺼기와 물이 섞여 고이는 곳이라 냄새가 나기 쉽습니다. 2~3일에 한 번은 꺼내서 씻어주면 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위생 관리 자료에 따르면 커피 추출 기구 내부에 잔류하는 커피 오일과 수분은 세균 번식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므로 정기적인 세척과 건조 관리가 필요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커피머신 관리 주기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커피머신 관련 소비자 불만 중 커피 맛 저하와 기기 오작동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상당수가 정기적인 내부 청소만으로 예방 가능했다고 합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매일 쓰는 머신 기준으로 포터필터와 바스켓은 매번, 샤워 스크린과 역세척은 주 1회, 물탱크는 주 1회, 디스케일링은 월 1회입니다. 드립 트레이는 2~3일에 한 번 씻어주면 충분합니다.

 

커피 맛이 달라졌다고 느낄 때는 이미 청소가 밀린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원두를 바꿔도 맛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머신 내부를 먼저 의심해 보는 게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