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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자주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향이 없어지거나 맛이 밍밍해진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분명 같은 원두인데 처음 뜯었을 때와 2주 후가 맛이 완전히 달랐던 경험이 저도 있었습니다. 원두 자체가 문제인지, 보관을 잘못한 건지 한동안 몰랐는데 알고 보니 보관 방법이 원인이었습니다.

 

원두는 보관 조건에 따라 맛 차이가 꽤 크게 나는 식재료입니다. 잘못 보관하면 며칠 만에 향이 날아가고, 제대로만 해도 훨씬 오래 신선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산화 원리부터 용기 선택, 냉동 보관 여부까지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1. 원두가 빨리 맛이 변하는 이유

원두 맛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산화(oxidation)입니다. 산화란 원두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하면서 향미 성분이 분해되는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공기에 노출될수록 맛과 향이 빠르게 빠져나간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빛, 습기, 열까지 더해지면 산화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투명 유리병에 원두를 담아 창가에 두는 분들이 있는데, 보기엔 예쁘지만 빛과 열이 동시에 닿는 가장 나쁜 환경입니다. 저도 처음에 그렇게 뒀다가 2주도 안 돼서 향이 거의 다 날아간 적이 있습니다.

원두가 분쇄된 상태라면 산화 속도가 훨씬 빨라집니다. 통원두보다 표면적이 수십 배 늘어나면서 공기와 닿는 면이 그만큼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라인더로 직접 갈아 마시는 방식이 맛 면에서 나은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디개싱(degassing)이란 로스팅 직후 원두 안에 쌓인 이산화탄소가 서서히 빠져나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막 볶은 원두를 바로 마시면 쓴맛이 강하고 향이 고르지 않은 게 이 때문인데, 로스팅 후 3일~1주일 사이가 디개싱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기로 맛이 가장 좋을 때입니다.

 

2. 원두 올바른 보관 방법

원두 보관에서 제일 먼저 신경 써야 할 건 용기입니다. 밀폐가 잘 될 것, 빛을 차단할 것, 습기 없는 상온에 둘 것, 이 세 가지가 기본입니다.

 

가장 좋은 건 밸브가 달린 원두 전용 캐니스터입니다. 내부 이산화탄소는 빠져나가되 외부 공기는 들어오지 않는 구조라 보관 효과가 확실합니다. 커피 전문점에서 원두 살 때 같이 파는 경우가 많은데, 자주 마신다면 하나 장만해두는 게 맛 차이가 납니다.

전용 용기가 없다면 뚜껑이 꽉 닫히는 불투명 밀폐 용기도 괜찮습니다. 투명 용기는 피하고, 사용할 때마다 공기를 최대한 빼고 닫는 게 중요합니다.

 

냉장 보관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냉장고 안에는 다양한 냄새와 습기가 있는데 원두가 이걸 그대로 흡수합니다. 저도 한 번 냉장 보관했다가 김치 냄새가 배어서 그냥 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냉동은 오래 보관해야 할 때 오히려 낫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한 번에 마실 양씩 소분해서 밀폐한 뒤 냉동하고, 꺼낸 원두는 다시 냉동하면 안 됩니다.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면 결로 현상으로 습기가 생기면서 원두가 망가집니다. 꺼낸 뒤에는 바로 갈지 말고 실온에서 30분 정도 두었다가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차가운 상태로 바로 갈면 분쇄가 고르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관 장소는 싱크대 위, 창가, 전자레인지 위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서랍 안이나 찬장 속처럼 빛이 안 닿고 온도 변화가 적은 곳이 맞습니다.

 

3. 원두 유통기한과 교체 시기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원두는 밀봉 상태에서 6개월~1년 사이 품질이 유지되지만, 개봉 후에는 빠르면 2주 안에 향미가 빠지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국제커피기구 ICO)

 

개봉 후 2주를 기준으로 잡는 게 현실적입니다. 그 이상 지나면 향은 거의 사라지고 쓴맛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쇄된 원두라면 더 빨리 떨어지기 때문에 1주일 안에 쓰는 편이 좋습니다.

 

원두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 거품이 풍성하게 올라오면 아직 신선한 것이고, 거품이 거의 없이 바로 가라앉으면 산화가 많이 진행된 겁니다. 이 거품이 바로 디개싱 과정의 이산화탄소입니다.

 

봉투를 열거나 갈았을 때 향이 거의 안 난다면 이미 많이 산화된 것으로 보면 됩니다. 저는 한 번에 너무 많이 사두는 것보다 조금씩 자주 구입하는 것이 가장 향이 좋은 커피를 즐길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