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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은 집에서 제일 자주 지나치면서도 제일 오래 방치되는 공간인 것 같습니다. 신발이 나뒹굴고 신발장 문을 열면 꿉꿉한 냄새가 올라오는데, 아무리 거실을 깔끔하게 치워도 현관이 어수선하면 집 전체 분위기가 같이 가라앉더라고요. 저는 오랫동안 현관은 신발만 넣으면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대로 한 번 손을 대보고 나서야 현관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현관 정리 방법
신발을 가지런히 두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상태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인데, 솔직히 이건 처음에 예상 밖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정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3일이 지나면 어김없이 신발이 쌓여 있었으니까요. 처음에는 제가 게을러서 그런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현관이 쉽게 다시 어질러지는 건 물건의 귀속성(belonging) 때문입니다. 귀속성이란 물건이 특정 장소에 속해 있다는 명확한 기준이 잡혀 있는지를 말합니다. 이 기준이 없으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가장 가까운 곳, 즉 현관 바닥에 신발을 그냥 벗어두는 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자주 신는 신발인지 계절이 지난 신발인지 구분 없이 한꺼번에 밀어 넣는 것도 같은 이유고요. 이걸 알고 나서는 정리가 안 되는 게 제 습관 탓이 아니라 기준이 없어서였다는 걸 처음으로 납득하게 됐습니다.
막상 해보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신발 전체를 한 번에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신발장 안쪽 구석에 뭐가 들어있는지 파악조차 안 된 상태에서 정리를 시작하면 결국 원래 있던 것들을 다시 구겨 넣는 것으로 끝납니다. 저도 처음 몇 번은 그렇게 했다가 일주일도 안 돼서 다시 엉망이 됐습니다. 전부 꺼내놓고 보니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신발이 세 켤레나 나왔고, 한 짝만 있는 실내화도 있었습니다.
그 뒤로 기준을 하나 정했는데, 1년 안에 한 번도 신지 않은 신발은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한 켤레를 들고 "언젠가 신겠지" 싶은 순간, 그 신발은 보통 다시 안 신게 됩니다. 그 기준 하나로 신발장 공간이 꽤 달라졌습니다.
현관에 두는 물건도 한 번 걸러볼 만합니다. 택배 상자, 장바구니, 쇼핑백처럼 귀갓길에 들고 들어온 것들이 며칠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현관을 좁아 보이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저도 한동안 현관이 원래 좁은 줄 알았는데, 그런 것들을 치우고 나니 생각보다 공간이 넉넉하더라고요. 현관은 넓히는 게 아니라 비워야 하는 공간이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신발장 수납
신발장에서 의외로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이 선반 높이입니다. 부츠처럼 목이 긴 신발은 선반 간격이 맞지 않으면 억지로 눕혀서 보관하게 되고, 그러면 꺼낼 때마다 다른 신발이 같이 쏟아집니다. 저도 몇 년째 부츠를 눕혀서 넣다가 선반을 한 칸 올렸을 뿐인데 세워서 넣을 수 있게 됐을 때, 왜 진작 이렇게 안 했나 싶었습니다. 수납 도구를 새로 살 생각만 했지 있는 걸 조정할 생각은 못 했던 거죠.
신발 배치는 얼마나 자주 신느냐로 나누면 됩니다. 허리 높이, 즉 손이 가장 자연스럽게 닿는 위치에는 매일 또는 주 3회 이상 신는 신발을 두고, 상단 선반은 계절 지난 신발이나 행사용 신발로 채웁니다. 하단은 슬리퍼나 실내화처럼 자주 꺼내지 않아도 되는 것들로 두면 꺼낼 때마다 허리를 굽히는 일이 줄어듭니다. 이렇게 배치를 바꾸고 나서 가족들이 신발을 꺼내고 제자리에 넣는 빈도가 늘었는데, 구조가 편해지니까 자연스럽게 따라오더라고요.
압축봉은 구두 보관에 생각보다 쓸모가 많습니다. 신발장 안 빈 공간에 압축봉을 가로로 설치하면 굽이 있는 구두를 걸어 보관할 수 있어서 같은 칸에 두 배 가까이 넣을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구두를 꺼낼 때 다른 신발을 건드릴 일이 없어서 정리 상태가 오래 유지됐고, 시판 수납 선반보다 비용도 훨씬 덜 든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가정 내 신발 보유량은 1인당 평균 8켤레 이상이지만, 실제로 월 1회 이상 신는 신발은 그 절반 이하인 경우가 많다고 보고되었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저도 신발장을 다시 열어보게 됐습니다. 계절마다 신발을 한 번씩 점검해서 안 신은 것들을 별도 보관하거나 처분하는 주기를 만들어두면 신발장 안이 자연스럽게 여유로워집니다.
냄새 제거
신발장 냄새는 탈취제를 아무리 넣어도 며칠 지나면 다시 올라옵니다. 탈취제가 냄새를 잠깐 덮어주기는 하는데 원인이 그대로니까 뚜껑 닫으면 다시 그 냄새입니다. 저도 한동안 탈취제만 계속 갈아 넣으면서 왜 효과가 없나 답답해했는데, 알고 보니 순서가 틀렸던 겁니다.
냄새의 주원인은 신발에 남은 수분입니다. 특히 운동화는 착용 시간이 길고 통풍이 안 되다 보니 벗은 직후 내부에 상당한 습기가 남아 있습니다. 이 상태로 바로 신발장에 넣으면 밀폐된 공간에서 세균이 빠르게 번식하고, 세균이 번식하면서 이소발레르산이나 메테인싸이올 같은 휘발성 유기산을 만들어냅니다. 이소발레르산이란 지방산의 일종으로, 세균이 단백질을 분해할 때 생성되는 물질입니다. 이것이 그 특유의 퀴퀴한 냄새의 정체입니다. 신발을 벗은 뒤 30분에서 1시간 정도 통풍이 되는 곳에 두었다가 넣는 것만으로도 냄새 강도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귀찮을 것 같았는데 막상 습관이 되니까 그냥 자동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흡착제도 종류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베이킹소다는 냄새를 빠르게 중화하지만 공기 중에 노출되면 3일에서 5일 사이에 흡착력이 뚝 떨어집니다. 반면 활성탄은 다공성 구조, 즉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촘촘하게 있는 구조라 냄새 입자를 오래 잡아둡니다. 활성탄은 햇볕에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건조하면 흡착력이 회복돼서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베이킹소다를 계속 교체하다가 활성탄으로 바꾼 뒤로 교체 주기가 길어졌고, 냄새도 전보다 덜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신발장 내부의 곰팡이 포자 농도는 일반 실내보다 수배 이상 높게 측정된다고 보고되었습니다(출처: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냄새가 심하지 않더라도 신발장 문을 아침 외출 준비할 때 잠깐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이 수치가 크게 달라진다고 하니, 따로 시간을 낼 것도 없이 외출하면서 열어두면 됩니다.
신발장 정리는 한 번 제대로 해두면 유지하는 데 그렇게 품이 들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귀찮아 보여도 신발 전체를 한 번 꺼내서 기준을 잡아두면 그다음부터는 훨씬 편해집니다. 수납함을 사거나 인테리어를 바꾸기 전에 지금 있는 신발장부터 한 번 비워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