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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책을 읽다가 형광등이 깜빡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잠깐이겠거니 했는데 다음 날도 그랬고, 며칠째 계속됐습니다. 그냥 전구가 다 된 거겠지 싶어서 새 형광등으로 갈아 끼웠는데 그래도 깜빡였습니다. 전구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생각해 봤고, 형광등 하나 깜빡이는 데 원인이 여럿 있다는 걸 그날부터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형광등이 깜빡거리는 이유

형광등이 깜빡이면 전구부터 갈아 끼우는 게 첫 번째 반응인데, 전구를 바꿔도 계속 깜빡인다면 안정기나 접촉 불량 쪽을 봐야 합니다.

 

형광등은 방전 현상을 이용해 빛을 냅니다. 방전이란 기체 속에서 전류가 흐르면서 빛을 발생시키는 현상인데, 형광등 양쪽 끝에 있는 전극이 이 방전을 일으킵니다. 전극이 닳기 시작하면 방전이 불안정해지고 형광등이 깜빡입니다. 형광등 양쪽 끝 부분이 까맣게 변해 있다면 전극이 거의 닳은 겁니다. 저는 그 사실을 모르고 한동안 깜빡이는 형광등 아래서 그냥 지냈는데, 사다리를 올라가서 형광등을 직접 보니 끝이 새까맣게 변해 있었습니다. 저 상태로 켜두고 있었다는 게 좀 찜찜했고, 올라가서 직접 확인해 볼 생각을 왜 진작 못 했나 싶었습니다.

 

형광등을 새것으로 갈았는데도 깜빡인다면 안정기를 봐야 합니다. 안정기란 형광등에 흐르는 전류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부품으로, 형광등 소켓 안쪽 또는 등기구 본체 안에 들어 있습니다. 이게 노화되면 전류가 불규칙하게 공급되면서 형광등이 깜빡이거나 켜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저는 이 부품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는데, 새 전구를 갈아도 깜빡임이 사라지지 않자 뭔가 다른 문제가 있겠다 싶어서 찾아보다가 안정기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형광등 안에 관리해야 할 부품이 따로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자료에 따르면 형광등 안정기의 평균 수명은 5년에서 10년 사이이며, 이 기간이 지난 안정기는 과열이나 전기 누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한국전기안전공사).

 

접촉 불량도 깜빡임 원인 중 하나입니다. 형광등 소켓 부분에 형광등이 제대로 꽂혀 있지 않거나 소켓 내부 단자에 산화가 생기면 전류 공급이 불안정해집니다. 전구를 한 번 뽑았다가 다시 꽂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때가 있는데, 저도 그렇게 해서 한 번 해결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냥 운이 좋았나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소켓 안 단자가 살짝 틀어져 있었던 거였고, 다시 꽂으면서 제자리를 잡은 겁니다.

 

안정기 점검과 LED 교체

안정기 노화를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몇 가지 있는데, 등을 켤 때 바로 켜지지 않고 몇 초씩 기다려야 한다거나, 깜빡임이 불규칙하다거나, 등기구 쪽에서 소음이 나거나, 형광등 근처에서 탄 냄새가 나는 경우입니다. 탄 냄새는 그냥 두면 안 됩니다. 저는 주방 형광등에서 뭔가 타는 냄새가 나길래 처음엔 요리하다 뭔가 튄 거겠지 싶어서 며칠을 넘겼는데, 냄새가 사라지지 않아서 등기구를 열어봤더니 안정기가 과열돼 있었습니다. 그때 좀 아찔했고, 집 안에서 출처를 모르는 탄 냄새가 난다면 그냥 넘기면 안 된다는 걸 그 일로 알았습니다.

 

안정기 교체는 전기 배선이 연결된 작업이라 직접 하기가 부담스럽습니다. 차단기를 내리고 전선 연결 부위 사진을 찍어둔 다음 순서대로 따라 하면 어렵지 않은데, 저는 하는 내내 불안했습니다. 내가 이걸 왜 직접 하고 있나 싶기도 했고, 켜봤을 때 불이 들어오는 걸 보고 나서야 긴장이 풀렸습니다. 전기 작업은 잘못됐을 때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있어서, 전기 기사 부르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지더라도 자신이 없으면 맡기는 게 낫습니다. 저도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그냥 부를 것 같습니다.

 

요즘은 안정기가 필요 없는 LED 조명으로 바꾸는 집이 많습니다. LED 램프란 발광 다이오드를 이용해 빛을 내는 조명으로, 형광등보다 소비 전력이 낮고 수명이 깁니다. 형광등은 전구 외에 안정기까지 따로 관리해야 하는데, LED는 그런 구조 자체가 없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효율 자료에 따르면 LED 조명은 형광등 대비 소비 전력이 약 50퍼센트 낮고 수명은 3배 이상 길다고 합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저는 주방 안정기를 교체하다가 그냥 등기구 자체를 LED로 바꿨는데, 주방이 밝아진 것도 좋았고 안정기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게 편했습니다.

 

형광등 교체와 전기 점검

형광등을 교체할 때는 규격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형광등에는 T5, T8 같은 규격이 있는데, T 뒤에 붙는 숫자는 형광등 관의 지름을 8분의 1인치 단위로 나타낸 겁니다. 소켓 크기가 다르면 끼워지지 않거나 헐겁게 들어가서 접촉 불량이 생깁니다. 저는 규격을 모르고 아무 형광등이나 사 왔다가 끼워지지 않아서 다시 사러 갔는데, 기존 형광등을 빼서 규격만 확인하고 갔으면 됐을 일이었습니다. 그 뒤로 뭔가 부품을 사러 갈 때 기존 것을 먼저 들고 가거나 사진을 찍어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형광등 수명은 보통 6000시간에서 1만 시간 사이인데, 하루 8시간 켠다고 하면 2년에서 3년 정도입니다. 수명이 다 된 형광등을 계속 쓰면 안정기에도 부담이 가서 안정기 수명까지 짧아지니, 형광등 끝 부분이 까매지기 시작하면 깜빡임이 없어도 갈아주는 편이 낫습니다.

 

집 전체 전기 배선 상태는 한 번씩 들여다보는 게 좋습니다. 오래된 집일수록 배선 피복이 노화돼 있거나 배전반 차단기가 오래됐을 수 있는데, 형광등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깜빡이거나 차단기가 자주 내려간다면 배선 자체 문제일 수 있어서, 그 경우엔 전기 안전 점검을 받아보는 게 맞습니다.

 

안정기 교체하면서 거실 등기구도 들여다봤더니 거기도 안정기가 꽤 오래돼 있었습니다. 깜빡이지도 않고 별 문제 없이 쓰고 있어서 그냥 넘길 뻔했는데, 주방처럼 탄 냄새나기 전에 미리 보는 게 맞겠다 싶어서 같이 바꿨습니다. 형광등 하나 깜빡이는 것 때문에 안정기, 규격, 배선까지 줄줄이 알아보게 됐는데, 평소에 집 안 전기 상태를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는 것이 새삼 실감 났습니다.